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세계최대의 민주정당이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당수도, 또 당의 지도체계도 없다. 당헌당규가 형식적으로 있지만 당은 민주적 협의제로 운영된다. ◆당수도 집권당일 때는 대통령이 자동적으로 맡고 야당일 경우에는 하원의장과 상하원의 총무들이 지도부역할을 담당한다. 선거에서 패배했을때 인책문제로 논란이 있지만 지도자들인 후보들이 기꺼이 물러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물갈이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건국이래 우리의 정당사는 자리와 당주도권싸움의 발자취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의 경우 총재―중앙위의장(자유당), 총재―당의장(공화당), 총재―대표위원(민정당), 총재―최고위원(민자당)으로 체제가 이어지면서 2인자자리가 간판이냐 실세냐를 두고 내분이 계속돼왔다. ◆야당의 내분은 당권장악과 관련한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의 논쟁이었다. 45년 창당된 한민당의 8총무제는 집단성 단일체제였고, 50년대 민주당은 집단지도체제로 민주주의를 꽃피웠으며, 60∼70년대 민정 신민당 때는 「단일」과 「집단」으로 오락가락했다. 오늘의 민주당의 경우는 기형적인 「9인의 난장이 최고위원체제」의 문제점이 폭발하여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집권당과 제1야당이 새해벽두 집안의 자리와 체제문제를 놓고 체면도 없이 국민앞에서 험구 설전 공방을 벌여 불안감을 준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예나 이제나 책임안지고 용퇴를 하지않는 풍토는 한국정치의 후진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당수가 없어도 오순도순 국민의 뜻을 좇아 물려주고 이어받으며 민주정치를 꽃피우는 미국정당들의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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