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정치권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여야의 당체제개편의 진통이 새로운 힘겨루기식 「정치전쟁」의 양상으로 번져 국민들을 매우 걱정케 하고 있다. 민자당의 김종필대표가 당의 환골탈태의 명분으로 자신을 내쫓으려는데 반발하고, 또 이기택 민주당대표도 당지도체제재편과 세대교체요구가 벽에 부딪치자 신당 창당과 분당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정치권은 4당체제―다당제가 될게 틀림없는 일로서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인지 여야지도자들은 깊이 숙고해야할 것이다.
어느나라 정당이건 집안진통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선진국 정당들은 당의 이념·노선과 정책에 대한 논쟁이 주류를 이루는데 비해 후진국의 경우 한결같이 당권경쟁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책논쟁은 단 한건도 없이 오직 자리와 당권확보를 놓고 겨루는 작금의 양상은 우리정치가 여전히 후진국형임을 또 한번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물론 우리헌법은 자유로운 정당설립과 함께 복수정당을 허용하고 있다(8조). 누구든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창당을 할 수 있다. 창당조건으로 3·4공시절에는 국회의원 선거구총수의 3분의1내지 4분의1이상의 지구당을 확보해야했고, 작년 봄까지 5분의1이던 것을 정당법개정으로 10분의1로 대폭 완화됐다. 30명이상의 당원을 가진 지구당 24개만 결당하면 손쉽게 창당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창당요건을 크게 완화한 것은 국민의 참정(참정)기회를 크게 보장하는 뜻이 있지만 대신 다당체제로 정국 불안정내지 혼란의 여지도 큰 것이다.
이유와 명분이 어떻든 김종필대표가 충청도와 구공화당세력들을 주축으로, 또 이기택대표가 비호남에다 영남과 구민주계를 바탕으로 각기 창당한다면 지난 88년 13대 총선직후와 같은 4당체제가 재현되게 된다. 여기에 혹시나 5공인사들, 각 분야의 진보세력등이 잇달아 창당하게 될 경우 우리정치는 지역주의와 계파주의의 포로가 되어 반신불수가 될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처럼 지역감정으로 폐해를 많이 입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이같은 지역주의를 누구보다 앞장서 해소해야 할 정치인·정당들이 여기에 기대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지역정당과 각종 선거를 앞둔 공천정당·철새정당들이 족출할때 선거는 물론 그 뒤의 정치는 혼탁과 혼돈으로 얼룩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말은 없지만 요즘 전개되고 있는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과 감정적인 진통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 국민들은 섣부른 힘겨루기식 물리적인 재편 방법, 그리고 지역정당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당사자들이 어떤 개편의 그림을 그리든 심판은 선거때 국민이 내릴 것이다. 당내진통은 국민과 국익을 염두에 두고 대화와 순리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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