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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갈길가는 JP/“무대응이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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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갈길가는 JP/“무대응이 상책”

입력
199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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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주기만 바라는데 어떻게…”/그동안 우회적 무마노력… 이젠 포기상태/「토사구팽」비칠까 더 고민… 함구령 일관 청와대는 김종필민자당대표의 수위높은 공세적 발언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탈당 및 신당창당을 시사하면서 여권핵심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는 김대표의 행적과 관련해서도 『예견했던 일』이라는 표정이지만 맞대응은 삼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함구령이 내려졌다』면서 김대표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일절 하지않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로 보아 청와대는 당분간 「무대응」의 자세를 취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의 대책은 어떤 방식이든지 오히려 김대표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김대표가 보수층과 중부권정서에 동정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에서 맞대응을 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계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야당쪽에서 일고있는 이기택대표의 신당추진 움직임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김대표가 당장 행동을 결행하기에는 세가 부족하다는 상황인식이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지금 김대표는 자신을 때려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 수를 뻔히 알면서 김대표가 바라는대로 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김대표를 배제하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생각은 단호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으로서는 김대표를 다시 만날 생각도 없고 당분간은 별 말씀도 없을 것』이라며 『지난번 김대표를 만났을 때 한 얘기가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표가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에 김대통령이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대통령은 김대표문제를 이미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이춘구 국회부의장등 민정계 중진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김대표문제를 무마해 보려고 노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청와대 극비회동이후에도 김대표가 반발의 기미를 누그러뜨리지 않자 이부의장등에게 김대표설득을 부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본인의 결심이 확고한 것 같아 설득이 어렵다』 『김대표를 퇴진시키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공감대가 상당부분 확산되고 있다』는등의 대답만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정계에서도 적지 않이 동요하고 있다는 말은 당분간 맞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같다.

 사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고민도 간단치는 않다. 당총재가 내건 세계화라는 국정목표를 당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부정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둘 수는 없지만 당장 손을 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당의 변모를 꾀하려했던 전당대회가 김대표의 반발로 인해 「토사구팽」의 모습으로 변질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김대표가 당내에 머무르며 반발을 계속할 경우 뒤따르는 통치권의 누수현상이 더욱 큰 문제이다.

 때문에 청와대의 침묵을 「태풍전의 고요함」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를 기회로 생각하면서 정면돌파의 수순을 밟는 김대통령의 성향으로 보아 그냥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은 김대표문제를 당에서 중진들이 나서서 해결토록 하겠지만 끝내 일이 풀리지 않을 경우 김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는 대표직해임이나 출당조치등 직접 김대표를 지목하는 방안보다 김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세대교체와 당내민주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 더 설득력있게 거론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국민의 대다수가 당의 개혁을 위해서는 김대표가 퇴진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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