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사극 「장녹수」는 첨단 컴퓨터영상의 홍수에 맞서 낡았지만 소중한 흑백사진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SBS 「모래시계」와 MBC 「까레이스키」등 방송사들의 야심찬 기획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방송돼 고전이 예상됐던 「장녹수」(정하연극본 이영국연출)는 평균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모래시계」보다는 낮지만 「까레이스키」보다는 훨씬 높은 시청률이다.
소재와 형식에서 「장녹수」는 드라마로서의 발전 보다는 퇴행적 인상을 줄뻔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녹수와 연산군의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수차례 다루어진 진부한 소재이고, 그들의 광기와 탐욕은 드라마의 기본 틀로서 여러번 조명됐다.
「한명회」의 후속인 이 드라마가 시대적으로도 「한명회」의 뒤를 잇고 있어 『과거 인기를 끌었던 연속사극 「조선왕조 오백년」의 재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장녹수」의 인기는 의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거기에는 그럴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먼저 신세대의 영상감각에 맞춘 현대극이 무더기로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정적이고 친근한 화면으로 장·노년층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시청률 조사에 의하면 「장녹수」의 시청자중 90% 정도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시계」와 「장녹수」 두 드라마를 놓고 세대간의 채널선택 신경전이 일 정도다.
연산군 장녹수 이자원등 주인공 세사람의 태생과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도입부, 아이들의 하반신을 노출시키는등 과감한 촬영도 인기에 도움을 줬다.
이들의 어린 시절을 담당한 아역 탤런트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어린 장녹수역을 맡은 김민정은 깜찍하면서도 슬픔이 배어 있는 표정연기로 어른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장녹수」는 드라마도 주소비자층을 정확하게 공략해야 성공한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권오현기자>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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