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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월·수·금 연재 장명수칼럼: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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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월·수·금 연재 장명수칼럼:1769)

입력
1995.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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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동안 명동성당을 바라보는 기분은 매우 착잡했다.그곳은 기나긴 군사독재가 계속되는 동안 거리에서 쫓겨들어온 각종 시위대들이 머무르는 피난처였다. 인권투쟁과 민주화운동의 성지였던 그곳에 최근 새로 나타난 시위대는 인간대접을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지난 9일 네팔인 20여명은 한국에서 당한 일들을 털어 놓으며 농성을 시작했다. 네팔인 여성근로자들은 공장간부에게 마구 얻어맞거나 성폭행을 당했고, 임금을 네팔에 직접 송금해 준다던 인력송출업체는 6개월이 넘도록 돈을 보내지 않았으며, 이에 항의하는 근로자에게 수갑을 채워 뭇매를 때렸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작년 6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그들은 가구공장등에서 일하며 욕설과 구타로 「짐승같은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그들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악해질수 있는 사람들인가, 이제 한국인들은 어떻게 얼굴을 들고 그 나라들을 여행할것인가 라고 많은 사람들이 한탄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까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산업연수생들을 입국시켰으면 관리를 해야할게 아닌가라는 비난의 소리도 높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이렇게 방치한다면 차라리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네팔인들을 도와 같이 농성하는 인권·노동운동 단체들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농성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차츰 정치적으로 변질돼가고 있다는 보도는 우려를 금할수 없게 한다. 인간적인 대우와 임금 송금제도 개선, 여권소지 허용등을 요구하던 네팔인들은 노동부가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자 다시 노동부장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만일 우리 재야단체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진정으로 그들을 돕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의 직무유기나 부당한 조치가 오래 계속되면 재야운동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고, 투쟁이 격렬해지거나 정치화하면 국민의 지지를 잃게되는것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나라」인 한국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며, 한국인들의 따듯한 이해와 도움이 있어야 적응할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저항이 자칫 정치화하여 한국인들의 이해를 잃는다는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불과 삼십여년전에 다른 나라에 가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했고,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우리는 또 최루탄과 눈물과 함성으로 얼룩졌던 명동성당의 인권투쟁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땅에 품고온 코리안 드림을 우리 모두 소중하게 키워줘야 한다. 정부, 국민, 재야단체 모두가 그들의 꿈앞에서 진지하고 겸허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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