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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제」의 변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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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제」의 변환(사설)

입력
1995.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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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즈니의 함락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코카서스의 작은 도시를 산산조각내 버린 러시아의 군사력에서 강력한 제국의 부활을 예견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폭력은 나약함의 결과다. 정당성을 상실하고 경제재건에 실패한 탓에 더이상 충성의 당위성을 설파할 힘이 없는 독재정권이나 써보는 최후의 수단이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러시아 군부에 명예로운 철수의 길이 없다는 사실이 보일 것이다. 폭력은 불신을 초래하고 적의를 키우게 마련이다.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에 부모 형제를 잃은 체첸인에게 「연방」은 「제국」과 다를 바없다.

 그러나 침공의 부당성을 질타하고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는 서방국가는 많지 않다. 대다수는 체첸 사태를 내정 문제로 일축하고 침묵을 지킨다. 고작해야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성명서의 작성에나 만족하면서 러시아 스스로의 자각을 기다리는 눈치다.

 모두가 폭력행사는 나약함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체첸의 분리는 89개에 달하는 러시아 연방내의 자치공화국과 자치지역에 무능하고 부당한 중앙정부에 대한 저항의식을 확산시켜 힘의 공백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서방세계는 이에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로즈니의 함락은 「이등국가로 추락할 위기에 선 러시아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 강경파의 득세를 알리는 경종일 지 모른다. 아니면 체제 변혁의 실패로 수세에 몰린 옐친 자신이 취한 국면 전환을 위한 노선수정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체첸 사태의 주범이 누구이고 무력침공의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러시아의 국력은 계속 쇠퇴하고 민주화의 정치적 실험이 벽에 부닥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미래는 이미 현재 속에 잉태되어 있다. 개혁파인 「러시아 선택의 당」은 체첸 사태로 반옐친 진영에 설 태세이고 군부는 내부분열에 휘말려 있다. 자국 국민에 총부리를 겨누기를 망설인 일부 장성이 해임당하고 대통령의 포격 중지명령에 일선의 군지휘관이 반발하는 사태까지 터졌다.

 서방세계를 짓눌러 온 「러시아 문제」가 혁명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약한 러시아는 강한 소 연방만큼이나 위험한 존재다. 서방세계에 대항할 힘은 없지만 지역 갈등과 지역 분쟁을 확산시킬 위험성이 높은 긴장의 진원지인 것이다.

 적당히 강해서 내부분열의 위험이 더이상 없고 적당히 약해서 국제적인 군사적 모험을 감행할 수 없는 러시아는 있을 수 없는 것인가.

 서방세계는 러시아 문제의 혁명적 변환을 직시하면서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민주적인 러시아의 건설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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