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만 있으면 무엇이든 복제가능/상품권·성적표·극장표까지 위조 15일 검거된 수표 위조범들은 훔친 컬러복사기로 10만원권 수표와 1만원권 지폐까지 수백장 위조, 컬러복사기 관리의 강화가 시급함을 확인시켰다.
복사기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있는 고성능 컬러복사기는 상품권 주차권 극장표 학교성적표등의 위조에 적지 않게 이용되고 있다.
정부는 88년 컬러복사기 사용규제를 풀면서 위조 범죄를 막기 위해 ▲관리책임자 지정 ▲복사때 2명이상 입회 ▲사용일지 작성등을 의무화하고, 한국은행과 경찰청이 연 1회 합동점검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어 의무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밀수된 복사기를 사용하는 업체도 많아 복사기 숫자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 복사업체중 상당수는 A4용지 1장 복사에 3천원만 주면 신원이나 용도를 확인하지 않고 무엇이건 복사해 주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컬러복사기의 사용실태를 일제점검, 악용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최신 기종의 컬러복사기를 인쇄전문가가 위조에 사용할 경우 지폐와 수표 진본의 95% 수준까지 위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이 정도의 복사능력이 있는 컬러복사기는 일제 캐논 CLC 7, CLC 10, CLC 500, CLC 550등과 미놀타 일부 기종들이다. 이 복사기들은 해상도가 뛰어나 육안으로는 위조여부를 식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이 CLC 기종에 컴퓨터를 연결해 복사하면 입체적 질감까지 복사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 이용된 캐논 CLC 10은 잉크젯 인쇄방식으로 원색보다 은은한 복합색상의 복사능력이 탁월, 수표나 지폐 위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93년 서울 용산일대에서 발견된 10만원권 위조 자기앞수표들도 이 기종으로 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CLC 10 복사기는 현재 전국에 4백11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능이 더 우수한 CLC 500, CLC 550모델도 서울에만 각각 53대, 3대가 인쇄업체 섬유디자인회사 광고기획사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멀지 않아 진본의 99% 수준까지 복사해 내는 첨단기종이 등장할 것』이라며 컬러복사기 관리강화와 함께 ▲국내 유가증권의 무늬를 모두 기억시켜 위조를 방지하는 장치를 복사기에 부착하고 ▲유가증권의 양쪽에 더욱 확실한 위조방지 무늬를 넣는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성호·박진용기자>김성호·박진용기자>
◎범인들은 누구인가/실직자·전국교체조코치·가정주부등 공모
수표위조 사건 범인 가운데는 전직 국민학교 체조코치와 가정주부도 끼여있다. 주범 임채혁씨는 모 체대를 나와 마산 S국교 기계체조 코치로 재직하다 91년 10월 실직, 최근까지 방황해왔다.
림씨는 90년 처가에서 6천만원을 빌려 형에게 빌려줬는데 이자조차 갚지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 컬러복사기에 착안, 범행을 저질렀다.
림씨와 함께 범행을 주도한 정인환씨도 사업실패,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오다 마산 C국민학교 동창인 림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87년 K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정씨는 3년동안 3∼4개의 직장을 전전할 정도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1년동안 집에서 쉬던 그는 93년에도 전세돈을 빼내 친구들과 「옥천광천수」란 광천수회사를 차렸다가 수백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그 동안 생활은 부인(30)이 책 세일즈로 근근히 이어왔다.
정씨는 94년 8월 경남 창원시 국민은행 중앙동지점에서 1개월동안 일용직으로 일할 때 카드발급업무를 담당, 업무상 드나들던 인쇄소의 컬러복사기에 눈독을 들여왔다. 두사람은 지난해 9월 중순 컬러복사기를 훔쳐 1만원권을 복사하기로 계획, 지난해 10월 9일 복사기를 훔쳤다.
1만원권 위조에 실패한 두 사람은 자기앞수표를 복사, 간판업을 하고 있던 정씨의 고향친구 이훈씨를 끌어들인뒤 위조수표를 사용했다. 이씨는 결혼전 5년여동안 외항선을 타기도 했다. 주부 문창임씨는 3년전 모 룸살롱에서 일할 때 손님으로 만난 정씨와 애인관계로 드러났다.<박희정기자>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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