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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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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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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육체를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영을 악령이라고 한다. 공산주의야말로 바로 20세기의 악령이라고 부를 만하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이 악령에 홀려서, 엉터리같은 궤변을 늘어놓다가 끝내는 뿔뿔이 흩어지거나 혹은 입을 싹 씻고 변신한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었다. 진보적 문화인이 그들이다」 ― 어느 일본 저널리스트의 지적은 명쾌하다. ◆한때 일본에선 젊은이의 좌경화가 시대의 풍조처럼 번졌다. 대학이 더욱 그러했다. 적군파로 절정에 이른 좌경화는 썰물처럼 빠져 버리고 이젠 공산주의라는 악령은 정체를 드러냈고 그 이데올로기는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남한은 세차례 좌경화의 위협과 도전을 받았다. 해방후와 6·25, 그리고 80년대와 90년대초반의 주사파 등장이다. 이중 특히 주사파는 독재와 권위주의에 대한 투쟁 가운데서 생겨났다는 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상당수 운동권 학생이 오염되고 민주화 투쟁으로 위장되기도 했다. 대학은 학문이 뒷전으로 밀리고 이데올로기의 악령에 시달렸다. ◆이런 가운데 서강대 박홍총장의 주사파 발언이 나라와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이 크게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아직도 공산주의라는 악령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했던 탓이 아니겠는가. 진보적이라면 자기비판도 예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서강대는 올해 신입생을 뽑는 본고사 면접시험에서 수험생들에게 「좌경폭력혁명에 가담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자유민주체제의 부정과 계급투쟁은 용인못한다는 대학의 의지다. 시대착오의 잔재와 악령을 쫓아내려는 결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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