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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리포트 특집·연예정보 읽을거리 풍부/김성곤(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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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리포트 특집·연예정보 읽을거리 풍부/김성곤(나의 지면평)

입력
1995.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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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인권문제 심층보도 아쉬워 새해초부터 한국일보 지면을 장식해 우리들을 우울하게 했던 두가지 사건은 육사출신 현역장교의 은행강도사건과 네팔 근로자들의 명동성당앞 시위였다. 지난해의 성수대교붕괴나 충주호 유람선화재, 아현동 가스폭발들이 한국사회의 외형적 붕괴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새해들어 일어난 두 사건은 한국인들의 정신적 몰락을 예시해 주고 있는 것같아 우울함을 금할 수 없다.

 우선 육군중위의 은행강도사건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군인이 총기를 들이대고 국민들의 돈을 빼앗으려 했다는 점에서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가 한 일은 역시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동료들과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자신의 선배들―즉 12·12나 5·18관련자들―이 지난 15년전에 한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최근 일어난 일련의 군기사고들은 모두 우리가 아직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과거의 악풍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보를 비롯한 국내언론들은 사건자체만 크게 다루었을 뿐 사건의 배후에 숨어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미흡했다.

 외국 근로자에 대한 착취와 학대는 물론 은행강도보다 더 파렴치하고 악랄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세계화를 외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노동자를 폭행하고 그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반세계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 그 누가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렀으며 한국인들은 눈물과 인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불렀는가. 결국은 힘센 나라에 대해서는 사대주의 예의를 지켰고 자신들 스스로에 대해서만 연민의 정과 한을 품었던 것은 아닌가.

 그래놓고 우리가 어떻게 일본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우리는 그동안 일본인들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는 대신 외교적 수사를 빌려 『유감』이라고 말할 때마다 분노를 느꼈다. 그런데도 한국의 과거행적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베트남에 대해 우리의 외무장관 역시 『유감』이라고 말했을 뿐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이 월남에서 한 일과, 일본이 한국에서 한 일은 다르다. 그렇지만 일본을 답습했을 뿐 대국적인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 우리의 태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신분이 올라가고 잘 살게 되면 아랫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래서 진정한 귀족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교육을 받는다. 다만 졸부들만이 책임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국일보 사회면에서 조차 밀려난 네팔노동자들 기사를 사설을 통해 보충하기는 했지만 보다 더 본격적이고 심층적으로 외국근로자 인권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주 한국일보에서 돋보였던 기사는 일본리포트특집과 연예정보에 대한 풍성한 읽을거리였다. 일본은 우리가 가장 시급히 알아야 하는 나라임에도 아직도 가장 먼 나라로 남아 있다. 신문은 단순한 뉴스의 전달에 그쳐서는 안되고 독자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서울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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