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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가는 새 이정표/이일 미술평론가·홍익대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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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가는 새 이정표/이일 미술평론가·홍익대교수(특별기고)

입력
1995.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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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 현대 미술제」를 보고 서울정도 6백년과 95년 「미술의 해」를 기념하여 지난해 12월 16일부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서울국제현대미술제」가 14일 폐막됐다.

 한국일보사가 MBC, 한국미술협회와 공동주최한 이 미술제는 「미술의 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휴머니즘과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한 이 미술제에는 백남준, 일리야 카바코프, 제프 쿤스, 세자르등 40개국의 세계적 작가 84명과 국내작가 4백7명이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국제전으로 미술애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수준 높은 전시회였다고 할 수 있다.

 국제 현대미술의 판도를 일단 5개 대단위 지역(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으로 나누어 지역마다 커미셔너를 위촉, 해외작가 선정을 맡겼다. 그리고 여기에 다시 별도의 국내 커미셔너(4명)에 의해 선정된 한국작가(한국화·서양화)가 대거 참가, 「범화단적인 행사」로 치러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작가전은 작가의 연대나 작품경향과 관계없이 「온 퍼레이드(총출동)」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국제전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일차적으로 미술의 국제교류라는 명분을 전제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교류의 문호가 그만큼 넓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88서울올림픽에 즈음해서 열린 「세계현대미술제」라는 획기적인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획기적인 행사를  우리가 기리지 못한 것은 그것이 「일회성」 행사로 그쳤다는 데 있다.

 비록 국제전으로서 규모는 작으나 이번의 「서울국제현대미술제」도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한국화단의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계기」로서 의의를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계기란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판도 속에서 한국이 현대미술의 한 거점으로서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며 이는 곧 세계 속의 한국미술의 위상정립이라는 또 다른 대명제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때마침 95년이 「미술의 해」로 정해짐으로써 서울정도 6백년(94년)을 기념하는 「서울국제현대미술제」가 제시한 미술의 국제교류의 물결이 새해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의 미술제가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세계화에 새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미술제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개관이라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이정표와 맞물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단순한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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