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해볼 생각” 거취 압축시사/자금-지지세력 확보가 걸림돌 『내가 갈길 내가 가겠다. 그래서 동조자가 있으면 규합되는 것이고…』
김종필민자당대표가 최근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이 말 한마디는 김대표의 향후 행보를 압축해서 시사해주고 있다. 결별과 정면대결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고 있었고, 그동안 운위되던 2선후퇴수용이나 백의종군의 전망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사실상 신당 창당의 메시지로 단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대표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어렵지만 뭔가를 해 볼 생각』 『오늘과 내일의 행로를 감안하면서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거취를 결정하겠다』 『이런 상태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 나는 이미 결심했어』…등등.
이외에도 인터뷰의 마디마디에는 결연함이 가득했다. 문맥의 분위기로만 보면, 당직을 모두 거부할 뿐만 아니라 「당명이 바뀌는 민자호」에 합류하지 않고 신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에 무리가 없다. 더욱이 청와대회동 후 여권이 2선후퇴를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김대표가 반발했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대표의 측근들도 『JP가 35년의 정치역정에 치욕이라는 마침표를 결코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 김대표의 저항쪽에 무게를 두고있다. 한 핵심측근은 『JP 스스로도 주저앉을 수가 없고, 주변상황도 그를 가만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즉 충청지역의 정서, 구여권인사들의 이해, 보수계층의 동조가능성등이 김대표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가리라는 전망이다.
실제 충청지역의 정서는 당대표실로 쉴새없이 걸려오는 충청출신들의 격한 전화로 짐작할 수 있다. 충청지역 시·도의회의원의 신년교례회를 하루 앞둔 14일에는 『적당히 주저앉으려면 대전행사에 오지도마라』는등 강도 높은 주문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분위기는 충청출신 민자당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정도다. 또한 구여권의 색채가 강한 일부의원들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김대표의 선택에 동조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구여권출신인 권익현 정석모 박준병 안무혁 김광수의원, 공화계인 구자춘 조부영 이택석 김동근의원, 충청출신의 일부의원들이 자주 만나는 점도 뭔가를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김대표의 신당창당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시기나 주변여건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신당창당은 총선등의 정치일정을 앞두고 급템포로 추진돼야하는데, 현 시점에서 15대총선(96년)은 너무 멀다는 것이다. 그 기간을 버틸 만큼 지지세력이나 자금이 충분치 못하다는 현실도 지적되고 있다. 민주계의 한 의원은 『인터뷰에 신당창당등의 직접적인 단어는 없었고 시사하는 발언만 있었다』며 『예우와 타협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김대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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