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역체제 유지… 협의체로 운영/전대서 민정·신민주계 부상할듯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2선퇴진을 통고받은 김종필민자당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직 김대표의 심중을 속단할 수는 없으나 갈수록 돌출카드보다는 백의종군식의 잔류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여권핵심부의 「희망」이 아니더라도 여권 역학구도나 향후 정치상황등을 고려해 보면 김대표에게는 이 길이 현재로서는 그나마 무난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이후의 김대표 행보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대표주변의 강경기류는 청와대회동사실이 밝혀진 12일 상오를 정점으로해 13일까지 내리막길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김대통령의 「세계화」구상관련 부분. 김대표는 12일 저녁 충남인사들의 모임인 「충우회」행사와 13일 울산남지구당개편대회에서 잇따라 세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역할을 피력했다.
이같은 입장표명은 11일 새마을연수원강연에서 『세계화는 커녕 지역화도 안돼있다』며 험한 소리를 하던 때와는 영 딴판이다. 김대표는 이날 또 지도체제개편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얘기는 더 그만하자』며 마치 체념하는 듯한 반응도 보이기도 했다.
다소 형식논리적이긴 하지만 김대표에게는 자신을 해임하겠다는 김대통령에게 「저항」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여권관계자는 『민자당당헌상으로 대표는 전당대회 동의절차에도 불구, 엄연히 총재에게 임면권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대표를 전당대회선출에서 총재임명으로 바꾸는 당헌개정작업이 김대표체제에서 이뤄진 점도 김대표로서는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김대표가 아쉬워할 부분은 현 여권의 역학구도이다. 쉽게 말해 『김대표가 당을 나간다고 할 경우 얼마나 많은 의원이 동조하겠느냐』는 의문이다. 또 지금 탈당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려 할 경우 여권핵심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을 리도 만무하다. 여권체질이 누구보다 강한 김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정치상황을 살펴봐도 김대표가 당장 민자당을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막고있는 「장애물」들이 적지 않다. 지자제선거결과, 보수세력결속움직임, 정계재편가능성,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정계복귀문제등이 모두 김대표의 결정에는 중요한 변수이다. 특히 내각제개헌 가능성은 김대표로 하여금 끝까지 현 여권에 「미련」을 갖도록 만들 수도 있다.
김대통령의 「향후 입지보장」 「예우」의 약속을 받아들여 새로운 당직을 맡는 방안도 김대표로서는 선뜻 받기 어려운 사안인 듯싶다. 김대표측은 『속도없는 떡하나 받아먹고 대표직을 순순히 내놨다는 비아냥은 듣기 싫다』고 말하고 있다. 『실질없는 당직보다는 평의원으로 남아 여권핵심부에 무언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보아 득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김대표 주변과 여권내 구도는 김대표의 「백의종군식 민자당잔류」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권일각의 김대표에 대한 「몰아내기」식 공세가 계속될 경우 김대표가 독한 결심을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대표의 평소 말처럼 그는 「곧 죽어도 30대의 혁명아」임을 부인할 수 없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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