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인재라도 시간흐르면 사라지고/새시대에는 새로운 인재들이 담당해야”/세대교체론 들어 “직격탄” 공세/주변선 「탈당후 시나리오」 거론 전날 제주도에 내려온 이기택민주당대표는 13일 숙소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양론」을 개진했다.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면서 이것이 우주의 원리이자 사회에도 적용되는 질서라고 생각했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올라 중천을 지나 결국은 서쪽으로 지고마는 것처럼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것이며 새시대는 새로운 인재들이 담당해야 한다』
이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현재의 당내 상황과 연결지어 볼 때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대표는 지난8일 DJ에게 공개적으로 담판을 요구했고 10일에는 그를 「민주당의 실제 오너」라고 표현했다. 여기까지는 당내 사태에 적극 개입해 직접 문제를 풀어달라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방향을 틀어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는 식으로 「전방위」공세를 취했다. 이에대해 DJ나 동교동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이는 「결별」을 위한 수순밟기이자 명분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공세의 수위가 이 정도까지 높아졌다면 중대결단의 시기가 다가온 것같다.
이와함께 이대표는 『지난91년 통합당시 지역감정타파,지역당이미지탈색,정권교체라는 3가지 목표를 내세웠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취되지 못했다』면서 『게다가 지자제 선거를 앞두고 당체제정비도 하지 않으려는 이런 당에 내가 남아있을…』이라고 말끝을 흐려 더이상 「미련」이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대표는 전날 제주도 도착직후 수행한 측근들과 구수회의를 갖고 『여기서 끝장을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대표직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자는 얘기였다. 이에 측근들이 『관광지에서 중대결단을 천명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이대표의 결단시기와 관련, 문희상 대표비서실장은 『아무래도 김이사장이 괌에서 돌아온 뒤에야 결판이 나지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이대표가 DJ와의 회동성사를 기대하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 결국 DJ―KT간 팽팽한 힘겨루기구도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면서 결단을 내리겠다는 것이 이대표의 복안이다. 이는 이대표가 향후 정치구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영남권에 자신의 강인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표의 제주캠프에서는 이른바 「탈당후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대표직사퇴→전당대회무산후 탈당→영남권중심의 세규합과 신민당과의 통합추진→비호남권 야당으로 부상→지자제선거참여(영남권 집중공략)→선거후 적극적인 정계개편 참여를 통한 비전모색이다. 이같은 한랭기류가 이대표진영을 감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는 양보를 해서라도 일단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온난기류도 깔려있다.
문실장은 『2월에 통합전진대회를 열어 이대표가 선거대책위원장에 취임하고 단일지도체제로 당헌을 개정하자는 방안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당도 살고 8월 대회의 경선에서 당권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측근은 『이대표가 결심을 거의 굳혔음에도 결행을 미루고 이곳에 온 것 자체가 그래도 무언가 타협가능성을 모색해 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측근은 『지금 시점에서 양보하면 자신은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치명타를 맞게 된다는게 이대표의 판단』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이대표는 결단을 앞두고 갈등과 번민에 싸여있다.<제주=유성식기자>제주=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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