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갖고 백의종군 가능성 김종필민자당대표의 2선퇴진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향후 당체제의 개편방향과 새 얼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김대표가 자신의 최종적 거취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막판변수로 남아있긴 하나 당관계자들은 이미 「김대표이후」의 포석을 서두르는 표정이다.
사실 지금까지 민자당은 김대표문제의 가닥이 잡히지 않아 대표위원제의 폐지방침만 굳혀놓은 채 여러 대안 사이를 오락가락해왔다. 부총재 또는 당의장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미국식 위원회제의 장단점을 검토해 왔지만 김대표의 위상이 유동적이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청와대회동에서 당무계선에서 배제되는 김대표의 2선후퇴 및 「상응한 예우」방침이 사실상 결정되고 김대표도 자신의 후임에 강한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초점은 후임체제와 인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이와관련, 민자당등 여권은 대표위원자리를 없애는 대신 당의장을 신설해 얼굴로 삼고 사무총장―정책위의장―원내총무의 기존 당3역체제는 유지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당의장대신 부총재를 도입하고 경선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대야창구등을 감안할 때 「부」라는 직함이 맞지 않고 현시점에서의 경선은 과열경쟁과 분파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또 당3역도 조직위원장―의정위원장―정책위원장등의 위원회제도로 바꿔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했었으나 명칭이 생소하고 중앙당이 존재하는 우리의 정치구조에서 별다른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전당대회 이후 변모될 당직계선은 당의장을 축으로 하되 기존 3역의 역할를 강화, 사실상의 협의체로 운영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는 인적 포석측면과 결부시켜 보면 일단 총선때까지의 잠정체제라는 해석이 더욱 유력하다. 당내에 김대표의 공백을 단숨에 메울 만한 위계적·인적 질서가 형성돼 있지 않은 만큼 당운영의 조정과 균형을 위한 총재의 입김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할 새로운 당직체제가 민정계 또는 신민주계 중심으로 짜여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관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당의장은 민정계인 김윤환의원과 이한동의원, 그리고 민주계의 최형우의원의 3파전으로 압축된다는 견해에 이의가 없다.
이들은 모두 당내에 나름의 지지세력을 이끌면서 차기를 위한 암중모색을 거듭해온 터여서 쉽사리 우열을 가리긴 힘들다. 또 각각 수도권(이한동)대구·경북권(김윤환) 부산·경남권(최형우)이란 지역적 기반을 업고 타지역으로 부단히 세(세)를 확대해와 결국은 김대통령이 향후 정국운영의 무게를 어디에 싣느냐가 선택의 결정적 지렛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또하나 중요한 잣대는 김대표가 자신의 뒤를 이을 당의 얼굴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김대통령도 김대표의 생각을 상당부분 존중할 것으로 전해진 점이다. 김대표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최의원이 나머지 두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당관계자들은 당의장의 후보를 사실상 김의원과 이의원으로 좁히고 있으며 보는 시각과 연고에 따라 상호 우세와 열세를 점치는 견해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바꿔 말해 김대통령이 김대표와 중부권정서를 배려한다면 이의원쪽이 앞선다는 것이며 반면 TK지역의 비중을 헤아릴 경우 김의원쪽이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의장카드가 이같은 단선적 척도로만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체제가 김대표퇴진의 충격을 줄이는 완충적·과도적 성격을 지니는데다 지자제 선거를 전후한 정국상황이 의외의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어 이같은 제반 요인들을 감안한 김대통령의 의중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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