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끝내 거부땐 다시 원점/우리가 60%쯤 분담예상/총비용은 30여억불… 일 소극태도로 더 늘수도/내달중 뉴욕서 출범… G7·중·러 등도 동참할듯 95년은 북한에 건설될 「한국형경수로」의 공급계약이 체결되는등 북·미합의에 따른 대북지원사업이 첫 발을 내 딛는다. 경수로협상이 순조로울 경우 우리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경수로건설을 위한 기초작업을 할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경수로협상의 전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북한이 북·미합의에도 불구, 한국형경수로 수용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데다 관련당사국들도 유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경수로사업과 관련된 여러 측면을 살펴본다.
지난해 10월21일 타결된 북·미간 합의는 경수로공급협정을 늦어도 합의후 6개월이내, 즉 올해 4월말께까지는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대북경수로지원사업은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거대한 프로젝트이지만 공급협정 체결을 전후해 대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는 사업성패의 주요한 고비가 된다. 경수로사업을 전담할 국제기구인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오는 2월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미 일 3국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차례의 고위실무협의를 통해 KEDO의 2월 발족에 합의하면서 구성 조직 운영방식 등에 대체적인 의견접근을 보았다. 그러나 KEDO성공의 관건인 재정분담 방식과 내용에 관해서는 참여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한 미 일 3국간 고위실무협의와 전문가회의, 그리고 수시로 이루어진 막후접촉을 통해 KEDO의 대체적인 틀은 이미 윤곽이 잡혀 있다.
이 기본틀을 바탕으로 마련될 KEDO의 정관격인 설립규약에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한 미 일 3국이 KEDO의 창립멤버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KEDO의 의사결정 및 운영권을 한 미 일 3국이 만장일치방식의 컨센서스를 통해 행사해 나간다는 데에도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한 미 일 3국만으로 운영이사회를 구성하고 나머지 참여국들은 별도의 자문위원회에 속하게 함으로써 KEDO조직을 이원화하는 방안의 채택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밖에 KEDO의 행정적 집행기능을 수행할 사무국을 두며 사무총장에는 미국측 대표를, 사무차장에는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감안해 한국측 대표를 선임하는 방안도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EDO의 사무국을 국제적인 금융·통신의 중심지이자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등 대북접촉창구가 있는 뉴욕에 설치키로 하고 2월중 뉴욕에서 KEDO 창립총회를 갖는다는 것도 이미 합의됐다.
그러나 KEDO의 발족에 앞서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참여국을 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참여국을 최소로 하기를 희망했으나 북한핵문제가 국제적 이슈인 만큼 가능한 한 참여국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이 채택된 상태다. 결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서방선진7개국(G7)과 함께 중국 러시아 등이 1차적인 참여대상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중동 및 동남아시아지역의 몇몇 산유국들에 대해서도 참여의사가 타진되고 있다.
그 다음은 참여국들의 역할이다. 즉 재정분담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경수로사업에만 참여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미 일도 이를 양해한 상태다. 일본은 경수로사업에 있어 재정적으로 적절한 역할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경수로사업의 재정을 실질적으로 전담하게 될 한 일간에도 구체적인 분담비율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실비개념으로 30억달러를 웃돌 총비용중 대체적으로 한국이 60∼70%를, 일본은 20∼30%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참여국들이 10%내외를 분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일본이 재정부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한 일을 제외한 여타 참여국들의 기여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자연히 우리측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KEDO가 성공적으로 발족해도 경수로공급계약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이 「한국형경수로」의 수용을 끝내 거부할 경우에는 사업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또 북한이 한국형경수로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인력 및 물자의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경수로사업이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한·미·일 대표들이 말하는 3국입장/최동진 기획단장/“북 태도변화 이끌어내는데 최선”
『북한이 한국형경수로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1월중 공식출범할 경수로기획단의 단장으로 한 미일 3국간 고위실무협의의 한국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최동진외무부제1차관보의 단언이다. 최단장은 이와 함께 경수로의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 기자재제작에 이르기까지 한국기업이 주계약자가 돼 경수로사업을 진행시켜야 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단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3국협의서 KEDO의 설립규약에 한국형 경수로를 제공한다는 점을 명기하는데 실패했다』면서 『그러나 설립규약보다는 KEDO와 북한간의 공급계약체결시 계약서에 한국형 경수로가 명기되는 것이 더욱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단장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3국간 공식·비공식협의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재정분담비율이다. 우리가 경수로지원사업만 책임지고 총비용의 60∼70%를 분담해야 한다는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최단장은 이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실제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20∼30%의 재정분담을 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2월중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는 KEDO내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장치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KEDO의 대체적인 윤곽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추가참여국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협상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단장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관련국들의 협조아래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최단장은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태성기자> ◎◎갈루치 미핵대사/“한국이 건설·자금제공 중심역할” 고태성기자>
북한에 대한 경수로지원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갈루치미핵대사는 의회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이 미국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갈루치의 이 증언은 미국의 경수로 지원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이다.
『빌 클린턴대통령은 지난해 10월21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앞으로 서한을 보내 경수로의 지원 및 대체에너지제공에 관해 필요한 경우 의회의 동의를 받아 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미간의 제네바합의가 발표되기 하루전의 일이다. 클린턴대통령의 서한은 한국 일본 등 우방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작성됐다. 그러나 이 서한은 미국이 자금을 제공해 북한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지원에 따르는 법적인 부담을 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제네바합의가 조약의 형식이 아니라 정치적 약속의 형식을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KEDO에 대한 미행정부의 구상은 한국 미국 일본이 중심축이 되고 여기에 아시아 및 유럽국들까지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KEDO 참여국이 늘어난다고 하더라고 그 주축은 어디까지나 한국 일본 미국 등 3국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이 경수로건설과 자금제공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한국이 북한지역에 한국과 동일한 모델의 경수로를 건설하게 되면 한국기업들에도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은 단순히 경제적인 득실관계에서 따질수만은 없다.
경수로지원으로 인한 핵문제의 광범하고 철저한 해결은 결국 한반도의 통일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워싱턴=이상석특파원>
◎엔도 일 실무대표/“많은 나라 참여통해 부담 줄여야”
북한의 경수로지원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샌프란시스코의 제2차 한 미 일 고위실무자협의에 일본측대표로 참석한 엔도 데쓰야(원등철야)씨는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교섭담당대사도 겸하고 있는 일본 외무부내 한반도통이다. 제1차 실무자협의에 일본측대표로 참석했던 야나이 순지(유정준이)외무부종합외교정책국장이 중도하차함에 따라 갑작스럽게 자리를 이어받았다.
엔도대사는 기자와 만나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구성의 관건은 사업경비의 각국부담비율과 운영권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DO구성에 관한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은 G7(선진서방7국)을 비롯한 가능한 한 많은 나라가 참가해 자금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일본이 경수로재원조달과정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개입시키자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도 한국과 일본만의 재정부담을 막아보자는 속셈 때문이다. 일본은 G7은 물론 중국 러시아 호주등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나라들에 대해 KEDO참가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들이 원칙에는 찬성하면서도 비용부담에는 소극적이어서 내심으로 고민이 많다.
엔도대사는 이에 대해 『오는 2월께 KEDO창립회의가 뉴욕에서 열리게 되면 북한의 경수로건설부지 및 건설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사업비의 각국부담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정확한 경수로지원비용이 결정될 때까지는 각국에 비용부담과 적극적인 참가를 호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은 경수로건설과정에서 비용부담과 함께 각종 건설프로젝트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도쿄=이창민특파원>도쿄=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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