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집수관설치 하루 6만ℓ씩/밭농사도 시작… 외지조사단 몰려 칠레의 한 마을주민들이 평소 귀찮게만 여겨왔던 안개에서 물을 뽑아내는 기발한 방법을 개발, 골칫거리인 생활용수난을 말끔히 해결하고 일약 국제적인 명소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마을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6백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충궁고」라는 소읍. 주민이 5백여명에 불과한 충궁고는 일년내내 거의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아 항상 용수난에 시달려 왔다. 안데스 산록에 위치한 이 마을은 칠레 앞바다의 고온 다습한 공기와 남극쪽에서 오는 찬 공기가 서로 만나 늘 짙은 안개로 뒤덮이는 곳.
이곳 주민들이 안개의 활용에 착안하게 된 것은 인근 인디오들이 안개가 지나가고 난뒤 나무밑에 물통을 대놓고 물방울을 모으는 광경을 목격한뒤 부터. 또 마을에서 1백여 떨어진 삼림지대가 사막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버티어 나가는 것 역시 안개덕분이란 사실을 깨달은 주민들은 2년전 농무를 물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 파견된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의외로 손쉽게 안개수를 개발해냈다. 마을 산비탈에 75개의 대형 나일론 그물과 집수관을 설치, 각각의 집수관들을 송수관을 통해 대형 집수기에 연결시켰다.
그 결과 촘촘한 나일론 그물에 물방울이 맺히고 그 물방울이 모여 집수조를 채웠다. 현재 이 마을은 매일 6만4천ℓ의 안개수를 받아쓰고 있는데 쓰고 남은 물은 11만ℓ용량의 대형 물탱크에 저장하고 있다.
이 마을은 이제 용수난을 해결한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엄두도 못냈던 양배추, 감자, 토마토등 각종 채소류와 과일 재배도 할 수 있게 됐다. 주민수도 종전에 3백여명에서 5백여명으로 늘어나는등 마을전체에 활력이 솟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국내외로 전해지자 최근에는 멕시코, 페루등 인근 국가는 물론 멀리 아프리카에서까지 이 방법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외국 조사단이 이 마을에 쇄도, 관광수입까지 쏠쏠히 올리고 있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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