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형경수로/안전도 미모델의 5배이상(격변95/남북관계 전망: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형경수로/안전도 미모델의 5배이상(격변95/남북관계 전망:하)

입력
1995.01.14 00:00
0 0

◎사업확정되면/한전 주계약… 시공 10여사 컨소시엄 97년께 착공 「한국형」으로 불리는 한국표준형 경수로는 미국의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사가 개발한 시스템 80(S80)을 한국 실정에 맞게 변형시킨 독자모델이다. 한국 표준형이 S80과 다른 점은 1천3백㎿급인 S80의 발전용량을 1천㎿급으로 축소했고, 서양인의 체격조건을 기준으로 설계된 제어장치등 각종 운전설비를 동양인의 체격에 맞춰 작게 설계했다. 주요 기기에 새긴 식별표시도 한글로 처리돼 운영요원들의 작업이 편리함은 물론이다.

 한전측은 한국형경수로의 가장 큰 특징이 안전설비 부문에서 1백가지이상 설계를 개선해 미국 모델에 비해 안전도가 5배이상 강화된 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모델은 각종 안전설비를 한 방에 몰아넣은 반면 한국형은 방화벽을 사이에 두고 안전설비를 두 개의 방에 따로 설치했다. 또 원자로와 발전소내부에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발전기가 미국 모델은 2개인 반면 한국형은 3개여서 불의의 사태에 대응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북한에 건설될 한국형 경수로는 현재 건설중인 울진 3·4호기를 기본 모델로 삼게 된다. 울진 3·4호기는 원자력연구소가 자체 기술로 처음 설계한 영광 3·4호기를 토대로 원자로 설계부터 유지 보수까지 모든 건설 운영과정을 독자적으로 처리한 표준형 경수로다.

 ◇공사일정= 북·미 합의대로 2003년 한국형 경수로가 정상가동돼 전력공급을 시작하려면 국내의 다른 원전건설 사례에 비춰볼 때 95년4월까지는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당국간에 공급계약이 완료돼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한전은 KEDO측과 가계약을 맺은 뒤 95년11월부터 기본설계와 원자로등 기자재 제작을 시작한다. 96년8월까지 KEDO와 본계약이 맺어지고 나면 한전은 한국중공업이나 시공건설업체와 하청계약을 체결해 97년8월 토목공사인 기초굴착작업에 착수한다. 98년3월에는 철골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부어넣음으로써 실질적인 착공이 이뤄진다.

 이같은 절차가 모두 순조로울 경우 2002년8월 북한경수로에 핵연료를 장전해 1호기는 2003년3월, 2호기는 그 해 12월에 준공된다. 1·2호기사이에 준공날짜가 다른 이유는 같은 인원의 기술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발전기 터빈등 주요 기자재의 납품기간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

 ◇조사 설계= 원전을 세우려면 건설장소 주변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2003년 경수로가 가동되려면 늦어도 95년6월이전에 6개월정도의 기본조사를 마쳐야 한다. 기본조사는 북한의 원전건설과 관련된 제도 법률 관행등을 파악하고 도로 항만 용수 전력공급 여건등을 확인한다.

 환경영향평가와 부지특성조사도 중요한 절차다. 공기를 맞추려면 95년2월부터 각각 1년씩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특성조사는 원자로 설치지점의 지질강도나 지반이 약할 때 보강 필요성등을 공학적으로 검토한다.

 착공시점인 98년3월까지 진행될 기본설계는 원자로 발전기(터빈) 펌프 압력용기 배수설비등 수십만개에 이르는 원전부품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다. 한국표준형을 그대로 채택하므로 기술적인 어려움은 거의 없다. 착공이후 준공때까지는 공사현장의 여건에 따라 미세한 보완작업이 이뤄지는 상세설계가 진행된다.

 ◇입지= 경수로 건설에 적합한 위치로 북한당국은 함남 신포지역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전측은 서해안의 남포나 해주, 동해안의 휴전선근처를 최적지로 보고 있어 어느 곳으로 낙착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전측 관계자는 신포가 해안에서 내륙으로 3쯤 거슬러 올라간 지역으로 강물을 냉각수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바닷가에서 해수를 사용하는 국내 원전과는 위치가 다소 다르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전의 판단으로는 기술인력이나 장비의 이동, 건설용 전력을 남한에서 보내야 할 가능성,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여건등을 감안할 때 지반등 기술적 요건만 갖춰질 경우 해주 또는 남포가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시공= 한전이 경수로 건설사업의 주계약업체가 되면 한전은 구매 시공 감리 시운전 인력훈련등 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게 된다. 종합설계는 미국 S&L사의 부분적인 지원을 받아 한전기술(주)이, 원자로및 핵연료 설계는 미국 CE사의 지원아래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각각 맡게된다. 또 한국중공업은 미국 CE·제너럴 일렉트릭(GE)사와 제휴해 발전기와 터빈등 기자재를 제작하며 한국원전연료(주)가 핵연료 공급을 담당한다. 토목과 건설부문 시공은 국내 건설업체와 북한업체의 하도급으로 진행된다.

 건설시공은 현대건설 (주)대우 동아건설 한국중공업등 4개 업체가 지금까지 원전건설을 해 본 경험이 있고 삼성건설등 10여개업체가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이들 업체들이 컨소시엄형태로 맡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업체들은 경수로참여가 이익을 보장하지는 않으나 남북경협의 선봉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북한진출의 발판 차원에서 적극 참여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유석기기자>

◎파급효과/남북기술자 연4천명 왕래·물자이동… 교류물꼬

 경수로사업은 수천명의 인원과 수조원의 물자가 남북한간에 서로 왕래하게 됨으로써 남북교류 사상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 확실하다.

 2기의 경수로건설에 필요한 소요재원은 ▲설계 3천9백억원 ▲기자재구매 1조6천7백억원 ▲시공·시운전 7천억원 ▲금융비용 7천4백억원등 모두 3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타당성조사를 마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 액수 가운데 우리측 분담비율이 60∼70%로 추정되고 있어 줄잡아 2조원이상의 우리측 기자재나 기술용역이 북한에 들어 가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기술인력의 이동은 초기엔 50여명, 건설공사가 한창일 97∼98년엔 4백명이 현장에 상주해야 한다. 경수로 2기건설에는 연인원 2천3백∼2천4백명이 필요하다. 도로 항만등 기초시설 건설과 발전소 주변 토목공사는 북한측이 맡는다 해도 남한측 기술인력의 방북은 4백명에 육박하게 된다.

 당장 95년부터 시작되는 기본조사나 환경영향평가, 부지특성조사등에도 조사단별로 30∼40명씩의 전문가그룹이 현장에 가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경수로 운용요원들이 남한에 와서 연수를 받아야 한다. 원전 4기가 있는 고리의 경우 한전 운영요원 1천4백명이 상주하고 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운영요원은 1천명선이다. 북한은 원자력에 관한 기초기술 수준은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발전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 따라서 경수로를 정상가동하려면 줄잡아 수백명이 남한에 와 연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건설이 끝난 뒤에도 돌발사태에 대비한 기술자문등을 위해 남한 기술자들이 2∼3년간은 북한에 상주해야 한다.

 분단이후 50년동안 그토록 어려웠던 사람과 물자의 남북왕래가 경수로사업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물꼬를 트게 되는 셈이다.<김병주기자>

◎「한국형 경수로」란/CE사 원전바탕 우리실정 맞게 백여곳 설계변경

 울진3·4호기를 일컫는 한국형 표준원전은 가압경수로(PWR)로 1천㎿급 2기를 한세트로 하고 있다.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의 팔로 버디원전을 기본으로 우리의 특성에 맞게 1백여군데의 설계를 변경시킨 것이다.

 [1] 격납건물=반경 21.9의 돔형으로 돔의 두께는 1.07다. 주변벽체의 두께는 1.2, 높이는 44.8다. 돔형의 격납건물은 원전사고시 방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원자로용기=원전의 핵심으로 내부지름이 4천1백11.4㎜, 높이는 18.24이다. 핵연료가 들어가는 노심이 있다. 노심에는 핵연료다발을 1백77개 담을 수 있는 용기가 있고 우라늄장전량은 7만5천4백77㎏이다. 길이는 3천8백10㎜, 노심의 직경은 3천1백24㎜다.

 [3] 증기발생기=수직 U튜브형으로 2대가 장착돼 있다. 튜브는 니켈합금인 Inconel―600이며 유량은 시간당 5천7백66매트릭톤, 온도는 섭씨 2백88.1도, 최고증기포함량은 0.25%다.

 [4] 원자로냉각펌프=온수용 2개와 냉수용파이프 2개등 모두 4개가 원자로에 연결돼 있다. 수직형으로 각각의 용량은 분당 31만2천2백98ℓ이며 거리는 최대 1백6다.

 [5] 가압기=원자로에서 나오는 냉각수의 압력을 일정수준아래로 유지한다.

 [6] 중앙통제실=주제어반의 제어및 보호기능에 인간공학을 반영했고 자동감시 진단기능이 부여돼 안전성을 높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