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지구 정반대편의 땅 남미에는 요즘 「꼬레아」바람이 무섭게 일고 있다. 멕시코시티 보고타 리마등 남미제국들의 수도마다에는 공항주변이건 고속도로변이건 주택가이건 「DAEWOO」「HYUNDAI」「KUMHO」「SAMSUNG」같은 낯익은 대형간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에스페로」「엑셀」「르망」등 국산차의 수가 「닛산」「도요타」같은 일제(일제)승용차보다 압도적으로 많음을 눈짐작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페루에선 상당수 관용차와 경찰순찰차들이 한국산 자동차들로 대체됐고 현지언론이 꼽은 「최고의 차」로 한국자동차가 꼽혔다고 한다. 이 머나먼 땅에서 국산차가 일제차를 누르고 대중승용차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화」전략은 확실히 잘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미에서 「꼬레아」의 입지향상은 대부분 기업들 덕분이고 엄밀하게는 정부의 몫을 기업이 대신해준 셈이다. 이곳에선 아직도 「꼬레아」보다 「다애우(대우의 현지발음)」「휸다이(현대)」「삼쑹(삼성)」이 더 유명하다. 「르망」「엑셀」은 「닛산」「도요타」를 이겼지만 한국은 여전히 그저 그런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대신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교하기조차 힘든 초강대국으로 비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4∼5년전부터 세계화의 실천에 들어갔지만 정부는 작년말부터야 비로소 세계화를 말하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세계화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기는 국내건 이곳에서건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세계화에 대한 궁금증은 심지어 그 첨병역할을 해야 할 현지공관원들조차 마찬가지였다.
언제까지나 기업들의 세계화에 정부가 무임승차할 수만은 없다. 늦게 시작한 만큼 정부는 기업보다 분명하게 더 열심히 뛰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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