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의 해묵은 비리와 부조리가 또다시 흉칙한 모습을 드러내어 다수의 방송종사자가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은채 연예인들의 방송출연을 둘러싼 사례금품수수 및 여자연예인들의 매춘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윤곽만 나오고 있다. 39명의 수사대상자가 공·민영방송사의 중견간부를 포함한 제작실무자 탤런트 가수등 방송출연자와 가족 매니저등 주변인물, 연예담당기자, 기업인등 광범위하며 수사진척에 따라서는 더 많은 관련자가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하니 그 귀추가 궁금하기도 하려니와 파동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방송계에 엄청난 사정의 회오리를 몰아칠 이번 비리는 얼마 전에 발생한 연예매니저 배병수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표출되었다고 하나 제작실무자 출연자 연예매니저들이 얽히고 설킨 검은 유착은 방송계의 해묵은 고질로 지적되어 왔으며 75년과 90년에도 당국의 수사대상에 올라 10수명의 제작자가 사법처리를 당했었다.
라디오 텔레비전 등 전파매체가 현대산업사회서 대중매체의 총아로 맹위를 떨치기에 이르자 대중의 인기에 따라 명멸하는 연예인들은 인기폭발과 유지를 위해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파매체를 이용하려고 함으로써 비리가 싹텄다.
그러나 이같은 검은 유착은 방송풍토를 결정적으로 혼탁하게 하고 방송환경을 크게 오염시키기 때문에 그 고리를 완전히 도려내지 않고는 밝고 맑은 방송을 이룰래야 이룰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부조리가 뒷전에서 오래전에 형성되었으며 이미 20년전에 표출된 후 여러차례 흉한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그 뿌리가 뽑혀지지 않은채 아직까지도 그대로 독소를 뿜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당국이나 방송각사나 다같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덮어버리기식 수사와 조기수습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비리가 표출될 때마다 수사당국은 일선실무자 수명만 형식적인 처벌을 받게 했을뿐 막상 중간간부 이상의 관련을 명쾌하게 가려내지 못했으며, 방송사도 엄정한 심사와 감시체제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송사리만 솎아낼뿐 책임져야 마땅할 주역은 가려내지 못하고 실체는 커녕 표면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이제까지 방송비리의 처리 결과였다.
이번만은 검은 유착의 뿌리를 단하나라도 그대로 놔둬서는 안된다. 종전과는 달리 중간간부의 관련고리도 상당히 포착되었다고 하니 발본색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러한 파동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배역선정, 쇼프로의 출연자 결정에 있어 사전심의와 사후감사제도를 철저하게 확립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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