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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착취·구타 “비인간적 학대”/외국인노동자 인권유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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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착취·구타 “비인간적 학대”/외국인노동자 인권유린 실태

입력
199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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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8만원 손에… 빚때문에 귀국도 못해/잦은 산재·성폭행까지… 범죄에 빠지기도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죄로 이국땅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지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요구할 권리는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산업기술연수생으로 입국한 네팔인 묵타 바하두르씨(27)는 경기 고양시 가구공장에서 일하다 임금체불과 구타등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탈출, 9일부터 동료 20여명과 함께 명동성당에서 농성하고 있다.

 네팔에서 대학원까지 나온 그는 노부모등 가족 8명의 생계를 맡고 있어 한국행을 택했다. 「월 4백달러를 받으며 기술을 배우고, 의료서비스 생필품도 무료제공한다」는 인력송출업체의 광고를 보고 네팔에서의 1년치 임금인 1천5백달러를 주위에서 빌려, 수수료로 주고 한국에 왔다.

 그러나 「기회의 땅」한국의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월급은 광고의 절반인 2백10달러에 불과했다. 여기서 「연수기간중 이탈을 막는다」며 인력송출회사에서 20%를 보증금으로 떼갔다. 고향에 송금할 수 있는 돈은 월 1백50여달러. 그나마 송금을 대신 해준다는 인력송출업체에서는 6개월이 넘도록 한푼도 보내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한국에서 지낸 6개월은 짐승과 같은 삶이었다』며 『과거 여러분의 조상이 일본에 당한 일을 기억한다면, 비인간적인 착취와 학대는 사라져야 합니다』고 절규하고 있다.

 네팔대 역사학과 2년에 재학중 묵타씨와 함께 지난해 6월 입국한 묵다 지엠씨(26)는 임금체불과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다가 인력업체 직원들에게 수갑이 채워진채 끌려가 뭇매를 맞았다.

 그는 『서울에 오기 전만해도 한국에 대한 인상은 좋았다. 경제개발이 잘되고 살기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6개월간 경험한 한국은 크게 잘못된 나라였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박스공장에서 일하는 네팔인 바하두르 구룽씨(28)는 『하루 12시간씩 일했으나 월급은 인력회사가 전부 받아가고 잔업수당 8만8천원만 손에 쥘 수 있었다』며 『더 이상 한국에 머무는게 무의미해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나 한국에 오기 위해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내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착취와 잦은 산업재해에, 여성근로자 성폭행등 인권유린행위마저 불거져 나오면서 사회 문제를 넘어 국제 문제가 될 조짐마저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1천7백여명의 산업연수생들이 지정된 직장에서 도망쳐 불법취업중이고 범죄 세계로 빠져든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 경기 가구공장에 연수생으로 취업한 중국동포 이모씨(32)는 임금이 적어 공장을 이탈, 철공작소에 불법취업했다가 프레스에 오른쪽 손가락 3개를 절단당했다. 흑룡강성 공무원 출신인 이씨는 월급의 40배인 3백만원을 인력회사에 주고 국내에 취업했으나 산재보상은커녕 강제출국당할 것이 겁나 지방 여관을 전전하고 있다.

 경기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의 김해성(36)목사는 『최근 8개월동안 임금체불 산재 부상등을 호소해온 사례가 4백여건에 이르고, 이중 16명은 사망했다』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법적보호장치 도입, 노동강도에 따른 임금의 현실화, 가혹행위 금지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고재학·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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