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고 후미진 번화가의 뒷골목. 폭주족 오토바이와 빨간 스포츠카. 마치 뉴욕 할렘가를 연상케하는 풍경을 배경으로 꽁지머리와 선글라스, 가죽재킷등으로 「무장」한 거리의 청소년들이 마치 「내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식의 방만한 표정과 몸짓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얼어붙고 화면 위에 학생풍의 수수한 차림인 스타 손지창의 모습이 겹쳐진다. 『왜 젊음을 꾸미려고만 하죠?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구요』라는 대사에 이어 그가 해머로 얼어붙은 풍경을 부숴 버린다.
「나는 나」 「나는 세상의 중심」등 젊은이들의 강한 자기 주장과 규범에 대한 저항을 담은 광고문안을 무기로 의류, 화장품, 오디오제품등에서 청소년소비자를 공략했던 이른바 X세대 CF. 이에 대해 순수함과 전통을 중시하고 규범을 존중하는 진지함등을 새로운 청소년상으로 제시한 반X세대 CF가 등장했다.
중저가 캐주얼의류상품인 에드윈CF는 손지창을 기용해 「외국의 퇴폐적이고 선정적인 유행을 모방하는 것은 개성이 아니라 꾸밈」이라는 상식을 강조하면서 대다수 청소년들의 정서를 성공적으로 반영했다. 또 까스활명수 큐 CF 역시 스타 이정재를 도자기미술관에 등장시켜 「젊은 세대라고 항상 새로운 것만 찾지는 않죠」라며 전통을 존중하는 청소년의식을 부각했다.
어머니의 생신에 돼지저금통을 털어 케이크 대신 햄버거를 선사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담은 맥도널드 햄버거CF 역시 같은 성격으로 묶을 수 있다. 이같은 CF는 최근 2년여간 유행을 이루다시피한 신세대, 혹은 X세대CF가 천편일률적으로 청소년들의 일탈성만 강조함으로써 더 이상 두드러지지 못한다는 업계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의 CF가 세대의식을 지나치게 과장한 데 대한 소비자의 반감도 반영됐다.<장인철기자>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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