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큰뜻」품고 「조기전대」 반대 김종필민자당대표의 향후거취에 여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정작 청와대는 조용하기만 하다. 김영삼대통령도 2월 전당대회에 관해 『당의 세계화를 위해 변모일신해야 한다』는 화두만을 던져놓았을 뿐 연두기자회견을 비롯한 어느 자리에서도 더이상 언급이 없었다. 지난해 12월17일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김대표의 청와대주례보고도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가급적 김대표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청와대 안팎에 형성되면서 『내주까지는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김대통령이 언제 김대표를 만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표문제의 해결을 낙관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아직 구체적 시점을 정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미 해결방안은 세워졌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대표가 『당의 세계화가 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김대표의 성격상 「사생결단」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김대표가 대표에서 물러난다 해도 정치생명이 끝나는 게 아니라 여전히 김대표가 갖는 정치적 영향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대통령과 만나면 쉽게 얘기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대표문제가 확대되자 초조한 기미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김대표의 반발이 공식화되는 것과 동시에 김대표에 대한 일각의 동조움직임등이 나타나는 것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당대회=JP퇴진」이라는 등식이 부각되면서 『전당대회의 본질이 오도되고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한달도 채 안남은 전당대회 일정을 감안할 때 김대표문제의 해결에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늦어도 내주중으로는 이 문제가 매듭지어져야만 당헌·당규개정등 실무작업을 진척시켜 전당대회 열흘전에는 당무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청와대 참모진들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김대통령은 청와대 외곽의 채널을 통해 『지금은 김대표의 감정이 격앙돼 있으니 두 사람이 만났을 경우 자칫 대통령의 이미지에 흠이 갈 수 있다』는 취지의 건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이 「담판」으로 비쳐져서는 안되고 김대표의 자발적 의사를 김대통령이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자리가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이제 김대통령과 김대표 사이에는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남은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결심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당대회소집이 결정된 이래 청와대쪽은 공식적으로 한마디도 당에 대해서 구체적 주문을 하지 않았다. 당의 세계화를 위해 ▲당내 민주화 ▲정책정당화 ▲전문가집단의 충원등 추상적 방향을 얘기하면서 강력한 리더십하의 통합과 세대교체를 제시했을 뿐이다. 김대표문제에 관해서도 『당쪽에서 자연스럽게 세계화를 위해서는 2선퇴진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지 우리쪽에서 말을 꺼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김대표의 퇴진여부는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당대회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당이 얼마나 바뀌느냐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로 미루어 청와대측은 김대표의 자발적 결심이 먼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같다. 내주중반까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회동도 바로 이 점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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