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상가에 문상을 다녀온 분이 그 댁의 색다른 문상객 접대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댁은 병원 영안실에 빈소를 차렸는데, 문상객이 머물 자리를 아예 준비하지 않아 문상후 곧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빈소에서 조의를 표하고 얼마동안 머물거나 밤샘을 하려고 문상객들이 어디 모여 있는지 찾는 사람들에게 안내인은 『문상만으로 감사합니다. 따로 장소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더라고 한다. 문상객들을 위해서 음식도, 쉴 장소도 준비하지 않은 그 댁의 처사가 야박하다기 보다는 매우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의 장례를 치른 일이 있거나 자주 문상을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웃들이 상가에 오랜시간 머물면서 가족을 위로하고, 여러가지 일을 도와주는것은 전래의 좋은 풍습이다. 떠들썩하게 밤샘을 해 주는 이웃때문에 외롭지 않게 상을 치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는 산업사회에 그런 농경시대의 풍습을 그대로 옮겨 심는 것은 무리다. 상가에 오랜시간 머무르거나 밤샘을 해야 한다는 것은 문상객들로서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상을 당한 측에서도 문상객 접대가 큰 부담이다. 요즘에는 상가 음식을 공급해 주는 업소들이 등장하여 일손을 덜어주고 있으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문상객들은 대개 술을 마시고, 별로 내키지 않는 음식을 먹고, 화투를 치면서 밤샘을 한다. 술이 취해서 싸우고, 노래를 하고, 추태를 벌이기도 한다. 상가의 경건함이란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어떤 상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 성황을 이뤘는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상가가 밤새도록 떠들썩하면 생전에 인품이 좋았던 사람이 되고,상가가 쓸쓸하면 박했던 사람으로 치부된다.
문상객들은 밤샘을 할 것이 아니라 장례식에 참석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요즘 병원 영안실중에는 장례식장을 갖춘 곳들이 등장하여 발인하기 전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떠들썩하게 밤을 새우던 문상객들이 막상 장례식을 치를때는 모두 돌아가 쓸쓸한 장례식이 되곤 한다. 장례식이란 유명인들만 치르는 것이 아니며, 보통사람들을 보낼 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문상객들은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실게 아니라 경건한 마음으로 장례식에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
관혼상제에서 개선할 점이 많다고 주장만 할게 아니라 각자 관혼상제를 치를 때 솔선수범해야 사회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특히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파급효과가 크다. 앞에 언급한 상가는 크게 사업을 하는 댁이었다고 하는데 「밤샘 사절」의 결단을 높이 평가할만하다. <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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