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선언/「바보선언」 90년대식 재구성/301·302/음식통해 두 여성심리 묘사 뚜렷한 영화세계를 가진 두 중진감독이 자기철학이 담긴 이색적인 작품들로 새해 영화계에 도전한다. 이장호(50)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인 「바보선언」(83년)을 90년대식으로 재구성한 「천재선언」으로, 박철수(47)감독은 그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여성적 주제를 음식문화를 통해 풀어 나간 심리영화 「301·302」로 각각 오랜만에 제 목소리를 낸다.
이감독이 「명자 아키코 소냐」(92년)이후 처음 만드는 「천재선언」은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경쾌하게 소화해 내는 그의 연출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일종의 로드 무비이다.
그는 『「바보선언」이 80년대의 정치·사회상황에 대한 풍자였다면 「천재선언」은 현대인의 정신적인 빈곤을 고발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대교 붕괴를 예견할 정도의 비상한 능력을 지닌 「수상한 소리」와 퇴물 영화감독으로 비굴하게 살아가는 「이상한 빛」, 결정적인 순간에 대책없이 눈물을 쏟는 에로틱한 배우 「알 수 없는 눈물」등 세사람이 주인공이다.
「수상한 소리」의 신통력으로 고위층과 줄이 닿게 된 「이상한 빛」은 속물근성을 발휘, 축재를 하지만 「알 수 없는 눈물」을 통해 진실에 눈을 뜨게 된다.
대사를 최소한으로 절제하며 리얼리즘에 얽매이기보다 어른을 위한 우화로 만들어진다. 「바보선언」의 주연배우 김명곤이 이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며 「수상한 소리」로 출연도 한다. 다음달 중순 크랭크인 한다.
「301·302」는 박철수감독이 『85년 「안개기둥」이후 처음으로 내 영화의 본령』이라고 자부하는 영화이다. 요리하고 먹는 일을 삶의 유일한 의미로 생각하는 여자(송희)와 음식과 섹스를 혐오하는 여자(윤희)등 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제목은 이들이 이웃해 살게 된 아파트의 호수를 가리킨다. 장정일의 시 「요리사와 단식가」에서 모티프를 빌려온 작품으로 미뉴욕대 영화과 2년에 재학중인 이서군(19)양이 시나리오를 썼다.
송희는 남편의 애완견을 요리해 남편을 대접하다 이혼당한 여자. 301호로 이사온 후에는 윤희에게 끊임없이 요리를 해준다. 그러나 어린 시절 정육점을 하는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윤희는 요리를 먹다 토하거나 쓰레기통에 갖다 버린다. 심리영화다운 엽기적 결말이 충격적이다.
박감독은 『송희의 요리벽이나 윤희의 거식증 모두 절대적인 고독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사랑과 이해가 없는 인간관계가 초래한 비극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김경희기자>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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