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은 세계경제 동반성장의 해”/달러약세로 국제경쟁력 향상올해도 2.5∼3% 달성 무난/인플레이션 우려 긴축 주문도
올해는 세계경제에 있어 보기 드문 「동반성장」의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91년 최악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이래 좀체 기를 펴지 못하던 세계경제는 지난해부터 활기를 되찾기 시작, 올해는 미주 유럽 아시아등 각 지역경제가 동시에 성장의 불길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계경제의 전망을 현지특파원들의 취재를 통해 살펴 본다. 이와 함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와튼 경제연구소를 찾아 국제경제전망부문 최고책임자인 앨런 슈 부소장으로부터 올해 지구촌경제의 모습을 들어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지난해초 의회에서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시속 50마일의 강풍이 불어닥치고 있다』며 신속한 경기회복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경기예측기관들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기껏해야 2%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으며, 91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래 4년째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확장국면에 이르렀다고 볼만큼 경기가 살아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일반국민들의 체감경기도 좀체 살아나지 않아 소매업자들의 볼멘소리도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12월초 앨런 그린스펀의장은 똑같은 자리에 나와 『경기가 안정을 보일 기미가 전혀 없다』며 『지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기대심리의 만연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할 지경이 된 것이다.
지난 한해동안 미국경제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잠재성장률(2.5∼3%)을 훨씬 넘는 4%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다. 이는 84년 레이건행정부 당시 호황기의 6.2%성장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3·4분기 기업이익은 2.5%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으며 제조업가동률도 지난해 3·4분기 말 현재 84.7%에 육박,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인 89년 3월의 85%선에 다가섰다. 제조업 가동률이 85%를 넘어서면 인플레이션압력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실업률도 실질적 완전고용 상태인 6%아래로 내려가 5.8%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FRB는 지난해에만 모두 6차례에 걸쳐 금리를 2.5%포인트나 인상했다.
경기회복기 5년째를 맞는 올해를 보는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FRB의 인플레이션예방정책에 힘입어 물가안정기조위에서 경기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가 있는가 하면 그동안의 금리인상효과가 실물경제에 파급될 올해에는 경제가 급속히 냉각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 아직 인플레이션압력이 가시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자율인상을 포함한 금융긴축정책의 고삐를 다시 조여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경기확장국면이 진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침체기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94년에 겨우 2.4%에 그쳤고 올해에도 3.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물가앙등의 징후가 없다는 점이 이들의 목소리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연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자료를 통해 미국경제가 94년 3.7%의 성장을 달성해 경기회복의 정점을 기록할 것이며 올해에는 2.5%의 성장을 기록,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와튼경제연구소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상,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와튼경제연구소가 펴낸 「세계경제전망」 최근호는 『세계무역기구(WTO)출범 등 자유무역분위기가 고조되고 국제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원가인상으로 직결되는 임금인상에 극히 인색해지고 있다. 또 근로자들도 보다 안전한 취직기회를 대가로 높은 임금을 자제하고 있는 추세여서 임금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압력도 과거와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업률이 6%이하로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중 민간부문의 시간당 임금은 전월달에 비해 오히려 0.2% 떨어지는 등 물가상승압력이 아직 현재화되지 않고 있다.
모간 스탠리사의 경기예측전문가 로버트 멜만씨는 『미국의 최근 경기는 단순한 「회복」이라기 보다는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미국제품의 국제경쟁력 향상, 일본 유럽등 교역상대국들의 불황탈출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 「호황」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올해에도 미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했다.<뉴욕=김준형특파원>뉴욕=김준형특파원>
◎미 와튼 경제연구소/앨런 슈 수석부소장/“실물경제 회복속도 예상초월/97년까지 4.2%선까지 신장”(인터뷰)
세계적인 권위의 민간경제연구소인 미국의 와튼경제연구소(WEFA)는 이달중순 발표할 예정인 95년도 세계경제전망 자료에서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0월말 발표했던 경제전망자료에서는 올해 세계경제가 3.4%의 실질 GNP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불과 두달여만에 0.1%포인트 올라간 3.5%로 성장예측치를 높인 것이다. 그만큼 실물경제의 회복속도가 경제학자들의 전망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말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 외곽에 있는 연구실에서 올해 경제전망 마무리작업에 여념이 없던 앨런 슈 와튼경제연구소 수석부소장은 『94년들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세계경제는 95년에는 본궤도에 올라 가속을 더할 것』이라고 말머리를 꺼냈다. 동구권과 아프리카 남미의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제권이 본격적인 경기확장기에 접어드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95년은 세계경제 동반성장의 해」라는 말로 요약된다.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장됐고 일본경제도 회복이 본격화됐다. 유럽경제는 특히 공업생산부문에서 예상외의 추진력을 얻었으며 아시아 개도국의 경제성장은 지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경제를 간략히 회고한 슈부소장은 『예상을 넘어서』라는 말을 연발하며 올해 경제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했음을 은연중 암시했다. 수정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슈부소장이 제시한 새로운 세계경제 예측치는 실질GNP성장률예측이 0.1%포인트 높아진 것 외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2.8%에서 2.6%로 낮춰잡았다. 세계교역증가율은 6.4%에서 7.4% 늘어날 것으로 대폭 변경됐다. 국제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국제원자재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높은 2.4% 인상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경제 전반에 걸쳐 올해부터 본격화될 동반성장은 최소한 3년이상 지속, 97년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슈부소장의 전망이다. 전후 최악이라고 할 만큼 극심한 침체를 겪은 끝에 91년에는 실질GNP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까지 했던 세계경제가 미국의 경기회복을 시발로 되살아나기 시작했으며 내년부터는 유럽과 일본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97년 4.2%선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97년 이후에도 세계경제는 급속한 냉각기를 맞지 않고 3.5% 이상의 고속성장세를 유지하며 서서히 건전한 축소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슈부소장은 예측했다.
슈부소장은 올해 지구촌 경제 가운데 가장 활기가 넘치는 지역이 어디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중국의 해안지역과 베트남을 들었다. 『특히 베트남은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멀지않아 세계경제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필라델피아=김준형특파원>필라델피아=김준형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