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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공포속 새해 맞았지만 정치변혁의 기대 충만(지금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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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공포속 새해 맞았지만 정치변혁의 기대 충만(지금 이곳은)

입력
1995.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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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에 불이 꺼지고 새해가 시작됐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샹젤리제는 크리스마스 한달 전부터 새해의 첫주까지 찬란한 빛의 터널을 이룬다. 올해에는 2·5거리 양쪽 가로수에 20만5천개의 전구를 달았다. 「빛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파리시는 거리 치장에 3백68만프랑(약5억5천만원)을 아낌없이 썼다. 지난달 31일 밤 10시30분부터 새해 첫날 새벽 5시까지 샹젤리제는 차량통행이 완전 금지되고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들은 올해에도 여전히 폭죽을 터뜨리고 「보난네(해피 뉴이어)」를 주고받았다.

 프랑스의 새해는 파리시민들의 기원대로 과연 「보난네」가 될 것인가. 프랑스는 알제리 회교원리주의자들의 보복테러에 대한 불안 속에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95년은 또한 변화의 기대감으로 충만하다. 14년 미테랑정권의 퇴장과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 이에 따른 구정치질서의 일대변혁이 예고돼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세계를 놀라게 한 알제리 회교원리주의자들의 에어 프랑스 인질극은 54시간만에 프랑스 정예특공대의 완벽한 작전으로 프랑스의 국가적 자존심을 살려주고 끝났다. 그러나 해피 엔딩의 자막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2막은 시작됐다. 회교무장세력은 하루도 안돼 프랑스 신부 3명을 보복살해하고 계속적인 테러를 선언했다. 연일 비상각의가 소집되고 있지만 전선없는 테러에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

 프랑스는 인권을 외교의 나팔처럼 불어왔다. 그러나 국익 앞에서는 프랑스도 인권을 외면했다. 프랑스는 회교세력이 승리했던 92년 선거를 쿠데타로 짓밟은 알제리 군부를 지원했다. 프랑스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과감한 무력진압작전의 성공으로 발라뒤르총리는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엘리제궁에 한발짝 더 가깝게 다가섰다. 후보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불이 붙기 시작한 프랑스 대선의 선두주자는 단연 그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는 우파 공화국연합(RPR)의 발라뒤르와 시라크당수가 나란히 결선투표에 진출, 발라뒤르가 대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알 수 없는 게 정치의 세계인 것 같다. 시라크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발라뒤르총리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을 갖지도 않았고, 가질 수도 없었던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발라뒤르는 그 이유 때문에 안심한 대권도전 3수생 시라크당수에 의해 총리에 발탁됐었다. 그런데 그가 가장 엘리제궁 주인에 가깝게 와있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좌파의 구세주는 들로르 전 유럽연합(EU)위원장이었다. 그는 10년간 국내 정치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작년말 여론조사에서 발라뒤르를 능가하는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3주전 돌연히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의 변은 『나의 개혁구상은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의 현정치구조에서는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어 지쳤다』는 것. 그는 자신만을 쳐다본 사회당에는 『오늘의 실망이 내일의 후회보다는 낫다』라고 위로했다.

 전립선암 말기의 미테랑대통령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국민에게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이라고 담담히 밝혔다. 그의 죽음은 잔여임기 4개월 내에 닥쳐올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일을 많이 한 대통령으로, 국민을 사랑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부심(부침)속에 프랑스는 변화의 해를 맞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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