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물가불안 등 서민대변 날카로운 지적/이필상(나의 지면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물가불안 등 서민대변 날카로운 지적/이필상(나의 지면평)

입력
1995.01.09 00:00
0 0

◎신년호 세계화 추진 방안 체계적 제시 세계화 구호가 새해 벽두부터 세차다. 세계화가 아니면 나라가 큰일 날 것이라는 위기의식까지 일고 있다.

 사실상 세계화는 세계무역기구의 출범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우리경제에서는 절실한 선택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개념을 명확히 설정하고 합리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경제의 선진도약을 위한 중대사다.

 세계화에 대한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때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의 지혜를 모아 정부로 하여금 올바른 정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세계화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추진방안을 제시하는데 있어 체계적인 구성으로 돋보이는 보도를 했다. 1월1일자 신년호에서 한국일보는 「올해는 세계화 원년」이라는 요지의 대통령 신년사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루어 세계화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다음 11면에서 전문가기고를 통해 경제제도에 대한 국제수준의 혁신, 산업구조의 고도화등 세계화를 위한 한국적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이어 15면에서 경제4부처 장관의 신년사를 소개하여 경쟁력강화에 정책수립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세계화의 실천방안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1월5일자 사설에서 WTO체제의 출범을 도전의 기회로 전제하고 세계화 정책의 과감한 실행을 촉구했다.

 한국일보 외에도 지난주 각 언론은 세계화의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갖가지 대응방안을 제시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세계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확실치가 않다. 이는 언론마다 세계화에 대한 평가가 형평을 잃고 실체의 파악보다는 세계화 자체에 대한 찬사의 소개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세계화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구체적 국정목표가 아니라 막연하지만 그냥 따라야 한다는 맹목의 가치로 국민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정부의 홍보에 치우쳐 세계화를 무조건 떠받들어야 하는 통치 이데올로기로 만드는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일보가 희망적인 기사만 채우는 것도 부족한 원단호에서 95년 물가불안을 심각하게 경계한 기사(17면)를 다룬 것은 세계화의 뒤편에서 느껴야 할 서민들의 아픔을 지적한 뜻깊은 것이었다. 실제로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물가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한 서민들에게 세계화는 또 다른 두려움의 대상이다. 지난 2년간 정부는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명분하에 대규모의 팽창정책을 표방하여 경제를 부동자금과 물가불안으로 들뜨게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6%이내로 억제하고 경제안정화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것은 온도계의 눈금을 고정시켜 놓고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고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상 서민들의 피부물가는 측정조차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세계화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 대규모로 밀려드는 해외자금의 홍수 때문에 더욱 큰 물가와 투기불안 그리고 제2의 거품이 겁이 날 뿐이다. 세계화의 두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국 농산물과 상품들이 대거 몰려와 국내시장을 잠식할 경우 우리 농촌과 중소기업들은 설 땅을 잃는다. 그러면 경제저변이 무너지는 산업공동화현상이 눈앞에 다가올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서민경제를 가슴으로 안고 무한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전략적 수단으로서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모두가 희망을 갖고 다시 뛸 수 있는 현실적 실천방안의 제시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정부의 근원적 대응은 물론이려니와 언론 또한 기득권논리에 순응하는 질곡에서 벗어나 국가발전을 위한 참된 길을 찾아내는 본연의 장인정신을 가져야 한다.<고려대교수·경영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