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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남·북 이국시대/민병용 본사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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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남·북 이국시대/민병용 본사통일문제연구소 연구위원(남과 북)

입력
1995.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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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개월만에 다시찾은 로스앤젤레스는 이미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우선 불경기의 긴 터널에서 체념만을 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새 생존전략을 짜는 교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경기가 활성화되기까지 적어도 5년간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들을 하고 있었다. 또다른 변화라면 한인이민세대의 교체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것이었다. 20년전부터 코리아타운을 만들고 부를 축적했던 1세이민자들이 대부분 커뮤니티의 일선에서 물러나고, 1.5세 및 2세들의 새시대가 빠르게 오고있었다. 그들은 많은 봉사단체에서 활약을 하는가 하면, 크고 작은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주류사회로 뻗어나가는 모습들이 자랑스러웠다.

 셋째로는 미국과 북한의 수교에 대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많은 한인들은 『북한을 국제무대에 끌어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북·미수교는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미주에서도 제2의 조총련이 생긴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미 숫자는 적지만 친북그룹의 활동도 늘어가는 추세였다. 김일성추모행사에다 뉴욕에 온 북한대표 환영행사를 본격적으로 가졌는가 하면 정예친북인사들을 평양에 초청, 조직과 사상훈련까지 시켰다는 소리도 들린다. 또다른 우익그룹은 그들과 대항할 자유수호연맹을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뜻있는 교포들은 북·미 및 북·일의 수교로 한반도에 4강교차승인이 이루어지고나면 결국 「2개의 코리아」가 영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더 컸다. 남북한은 이미 항구적인 「2국시대」에 돌입했다고 말하는 교포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속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고 있고 적어도 2010년까지는 한반도 분단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학자도 있었다.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과 북·미수교는 『한반도문제의 한국화가 아닌 강대국의 영향권으로 더욱 빠져들어가고 있다』고 해석을 하는 것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난 1년간 남북한화해운동을 펴온 조재길(52세)씨는 『50년전 남북이 두쪽으로 갈라질 때 분단이 이처럼 오래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계속의 분단국가는 다 통일이 되었지만 우리만 만나기는 커녕 편지한장 주고 받을 수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앞으로의 분단고착화를 우려했다. 그는 『남북회담이 열린지도 25년이 가까워지지만 이루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서로 욕설과 삿대질로 적대감만 더욱 높아졌고 남북한 위정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자성을 해야 할 것』이라며 책임론을 폈다.

 지난 50년의 한반도를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로 비유할 수가 있다. 이제는 강대국 피해논리에서 벗어나 덩치는 크나 느릿느릿 움직이는 고래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이고, 머리 영민하고 단합을 잘하는 돌핀이 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새해는 세계화의 원년이자 북·미수교의 원년으로도 기록될 것같다. 50주년 광복의 환희를 남북한 불신해소의 원년으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7천만 모두가 깨어나 한반도에 「신2국시대」가 장구한 세월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자가 그 몫을 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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