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0% 명의신탁 추정/매물 쏟아지면 값 폭락/내집마련 쉬워질수도 부동산가격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올해 부동산경기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영삼대통령이 6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부동산실명제 실시 방침을 밝힌데 이어 정부관계부처가 후속 조치를 잇따라 마련하면서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은 올해는 물론 앞으로 1∼2년간 부동산가격이 하향곡선을 그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실명제 실시 발표 직전만해도 올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택과 토지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다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부동산시장으로 옮겨질 것이라는 예상에서 였다.
신도시 분양종료이후 아파트 공급물량 부족현상과 함께 지자체선거및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민자본유치 본격화로 건설경기가 붐을 이루면서 전국적인 지역개발붐이 일 것이라는 점도 부동산가격을 들먹거리는 요인으로 지적됐었다. 시중의 금융자산이 내년의 금융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으로 몰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의 전격 실시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부동산전문가들은 부동산실명제로 명의신탁된 부동산이 대거 매물로 쏟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가격이 떨어지고 동시에 부동산거래 심리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집마련을 꿈꾸던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실명제가 전면 실시되면 명의신탁을 이용해 다른 사람명의로 돌려놓았던 부동산을 모두 본인명의로 바꿔 놓아야 한다. 부동산관계자들은 개인이나 기업이 명의신탁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전체 부동산의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명의신탁을 통해 주택을 여러 채 가졌거나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부동산들을 본인명의로 바꿀 경우 양도소득세 종합토지세등 엄청난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팔려고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동산공급 과잉사태가 빚어질 것이 분명하다. 사겠다는 사람은 없는데 팔자는 사람은 줄을 잇게 돼 부동산가격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당장 이달 중순부터 토지전산망이 본격 가동돼 정부의 부동산투기근절 작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전처럼 일부 「꾼」들의 부동산투기로 전체 부동산시장이 춤을 추게 될 여지가 거의 사라지게 됐다. 전국적으로 9만가구에 가까이 쌓여있는 미분양아파트도 주택공급부족에 따른 집값상승을 막는 완충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여 집값안정의 청신호가 되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토지전산망의 가동과 부동산실명제의 실시로 부동산투기가 근절되고 부동산시장이 실수요자중심으로 전환하게 됨에 따라 이전같은 부동산가격의 갑작스런 폭등·폭락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김병주기자>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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