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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불확실한 95년의 세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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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불확실한 95년의 세계(사설)

입력
1995.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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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라는 네자리 수는 세월의 흐름을 나타내는 게시판에 불과하지 새로운 출발을 보장하는 분기점은 아니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불어닥친 불확실한 무한경쟁의 생존게임은 달력의 연수가 달라졌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을해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생존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고 구미와 아태지역은 시장을 지키기 위한 지역주의를 계속 실험할 것이다.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보호주의 마저 무한경쟁의 탈냉전시대에서는 지역주의의 형체를 띠면서 역내 무역장벽을 허물어버리고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기실 생각하면 탈냉전의 시대에는 서방세계를 결속시킬 하나의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통의 적이 사라진다는 것은 모두가 경쟁자가 되고 만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전의 패자인 동구권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방과 개혁에 나선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시장체제에 안착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 혼란과 정신적 파탄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종족분쟁과 종교전쟁을 반복할 위험성이 높다.

 동구권 일각에서는 「헤쳐 모이기」의 생존게임이 지역이라는 보다 넓은 단위로의 통합이 아니라 종족이라는 작은 단위로 쪼개져 나가는 분열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은 국가 밖이 아니라 국가안의 타종족이다.

 게다가 1994년은 북한과 쿠바라는 냉전시대의 마지막 잔재를 청산하는 과제마저 떠넘기고 가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 국제사회를 긴장시킬 전망이다. 개방과 개혁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북한과 쿠바의 공산정권은 각각 핵장난을 벌이고 난민을 수출하면서 살아남으려 하다가 결국은 개방과 개혁 이외에는 길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더 명백해지면서 내부분열에 휘말리고 국제적 위기를 촉발할 위험성이 높다.

 을해년은 갑술년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자주의와 지역주의를 조화시키고 탈공산화에 따르는 분열과 반동의 기운을 차단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평화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불안하다. 선봉에 서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야 할 초강대국 미국은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엔을 경멸하는 헬름스와 예산삭감에 열을 올리는 깅그리치의 공화당이 1월1일부터 미국의 상하 양원을 장악했다. 그러한 국회가 신국제질서를 구축할 적임자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은 다른 열강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국제기구를 활성화해야 할 때 오히려 부적절한 독자 노선을 걸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을해년의 세계는 더욱 불확실하고 위험할 것 같다.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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