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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 페소화 폭락/멕시코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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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 페소화 폭락/멕시코 경제위기

입력
1995.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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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환율자유화정책 화자초/신뢰상실·외국자본탈출 더 심각 멕시코가 새해 벽두부터 페소화의 폭락사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멕시코의 이같은 경제위기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기축으로 한 미국의 역내 안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에르네스토 세디요대통령은 재무부장관을 바꾼데 이어 지난 3일 긴급경제안정대책을 발표, 사태의 진정을 꾀했지만 국내외적으로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국민의 고통 분담을 촉구하는 대책이 발표되자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발생하는등 세디요정권은 출범 한달만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세디요대통령은 올해의 임금인상률을 7%로 묶는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발표내용을 놓고 노조측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느라 발표를 하루 늦추는등 사회불안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새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는 현저하게 약화된 느낌이다. 세디요대통령 스스로도 『환율자유화가 삽시간에 이토록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줄 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일부에서는 세디요정부가 이 위기를 관리해 나가기에는 이미 역부족이며 임기내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전격적인 환율자유화조치로 시작된 페소화폭락사태는 달러당 3.46페소로 유지돼오던 페소의 가치를 불과 수일만에 30%나 떨어뜨렸으며 세디요대통령이 경제안정대책을 발표하던 당일에는 달러당 5.28페소로 거래되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페소화폭락은 지난해 NAFTA발효와 함께 활발해 지는 듯하던 멕시코경제의 허상을 드러내면서 세디요정부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멕시코경제는 세디요대통령의 취임당시만 해도 경제성장률 4%, 인플레율 4%, 임금인상률 10%로 양호한 상태를 보여주는 것같았다. 그러나 사태이후 새해의 전망은 성장률이 불과 1∼2%로 후퇴하는 반면 인플레율은 15%에 달하는등 비관일색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1백50%를 넘나들던 지난 80년대의 「인플레악몽」에 다시 사로잡히는 분위기다.

 그러나 페소화폭락사태의 가장 심각한 부분은 멕시코정부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충격에 가까운 신뢰상실과 이로 인한 외국자본의 탈출 및 투자기피다. NAFTA이후 과감한 해외자본유치를 경제활성화의 근간으로 삼았던 경제전략에 치명상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주로 미국기업들인 해외투자자들은 대부분 채권 증권등 유동자산의 형태로 멕시코에 투자해 왔으나 페소화폭락으로 하루아침에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환율자유화조치 직후 지난해 크리스마스이전까지 5일동안만 해도 1백억달러 이상이 멕시코를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일단 페소화 폭락사태의 조기안정을 위해 페소화 매입자금으로 60억달러를 긴급 지원하고 세디요대통령이 요청한 1백80억달러의 지원금중 절반을 부담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함께 NAFTA회원국인 캐나다도 15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이번 사태는 NAFTA를 추진해 온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에게 적지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이 『멕시코는 너무도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한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멕시코를 위기에서 끌어내 주어야만 할 입장이다.

 멕시코는 그러나 현위기에도 불구하고 환율자유화 정책을 고수할 방침이다. 그리고 결국은 우방의 지원아래 페소화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사태는 과거 남미각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남미형 경제혼란」의 재연을 연상시킬만큼 국내외에 충격을 주고있다. 또한 세디요정부에 혹독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뉴욕=조재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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