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다. 이로써 민주화의 과제는 일단 완성되는 셈이며 이제 국민의 구체적 관심은 「삶의 질」문제에 보다 집중될 것이다. 환경문제는 교육문제와 더불어 국민생활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에 속한다. 지방자치의 본격적 실시를 반기면서도 이의 역작용으로 환경문제의 악화를 우려하는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각지방의 개발경쟁이 토착세력의 이해와 결합하면서 지방차원의 개발지상주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발전과 환경이 역의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을 중심으로한 중앙권에 비하여 개발과정에서 소외된 것같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방일수록 당장 돈이 되는 개발에 더욱 적극적일 수 있으며, 그나마 보존되어온 환경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경쟁력강화목표와 규제완화정책이 맞물리면서 환경문제가 과거보다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기업과 개인의 자율적 활동을 막고 생산의욕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 내지 완화하여야 하겠으나 환경·공정거래·기초질서등의 분야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실시하여 자율적 질서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규제완화시책은 커다란 원칙의 관철보다는 규제완화 건수를 늘리는데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도 삶의 질에 관한 항목들은 주요 계획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년반 전에 작성된 신경제계획에서도 환경가치등 국민생활의 질적 개선을 위한 변수는 종합적 고려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가 진정한 주민자치와 주민복지를 실현하는 제도가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할 때 환경보전의 내용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당장의 재정적 이익을 고려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장기적 발전 가능성을 잠식하는 것이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로, 중앙정부의 차원에서 시장과 계획의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는 종합적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국토개발은 미래지향적 도시계획, 교통계획, 환경계획을 마련하여 충실히 집행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각지방마다 토착세력의 이익을 위한 발전이 아니라 주민의 삶의 공간을 진실로 생각하는 발전이 우선이라는 시민운동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가 보다 성숙한 지방화시대로 가는 요체인가, 아니면 개발지상주의의 지방화로 가는가 하는 갈림의 선택은 종합적이고 충실한 준비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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