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기앞수표가 대량으로 나돌아 새해벽두의 우리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은행직원들조차 육안으로 진위여부를 식별키 어려울만큼 정교하게 위조된 이 가짜수표는 7일현재 10만원권이 86장이나 발견되었고 1백만원권 1장도 발견되어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위폐사건이라면 주로 미화 또는 우리의 1만원권 지폐였다. 미화는 1백달러짜리 위조지폐로 거의 외국의 범죄조직들이 만들어 국내에 유입시킨 경우였고, 1만원권은 반으로 쪼개어 몰래 사용하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10만원권 위조자기앞수표는 은행이 위조방지를 위해 장치한 잔상 효과까지 무효화시켰다는 점에서 고도의 기술과 정밀성, 그리고 조직적인 신형범죄형태라 할 수 있겠다.
경찰은 그 동안의 수사를 토대로 일단 고성능 최신 컬러복사기를 이용했거나 오프셋인쇄등 두가지 가능성으로 압축하고 있는데 컬러복사기 이용의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있다.
조폐공사측은 지난 91년부터 수표를 햇빛에 비춰보면 무궁화 표시가 나타나는 음화장치 및 복사때 나타나는 잔상장치를 실시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위조수표는 바로 지난해 11월에 발행되었다는 점에서 고도의 신형범죄임을 설명해주고 있다.
추정되는 문제의 신형컬러복사기는 현재 전국에 1백12대가 보급되어 있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반드시 관리책임자를 지정하되, 복사때는 2명이상이 동석해야 하며 용도·시간등을 관리대장에 기재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본관리수칙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의심이 갈 뿐아니라 관할파출소가 분기마다 한번, 경찰청과 한국은행이 1년에 한차례씩 점검하게 되어있는 것마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알 수가 없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이 자기앞수표가 일반화폐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기능과 구실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앞수표의 위조는 지폐를 위조하는 것과 같다. 곧 사회의 화폐공신력과 거래질서가 모두 무너짐을 의미한다.
조폐공사는 고도의 범죄수법에 대응키 위해 이달부터 고성능복사기로도 복사할 수없는 장치마련에 들어갔다고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지난 93년3월 서울 용산 일대에서 유통되었던 10만원권 가짜수표 60장 유통사건 역시 아직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이번 사건을 맞았다.
경찰은 이번사건의 심각성을 더욱 절감하고 범인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임은 물론, 정부도 차제에 자기앞수표 발행과 이용에 대한 보완·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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