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신탁자 경과규정 등 초점/“여론수렴” 토초세재판 안돼야 부동산실명제가 도입되기까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또 부동산실명제를 규정하는 법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부동산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갖게 되는 의문들이다. 이같은 물음에 대해 실명제 추진 실무주역으로 알려진 재정경제원 이근경 세제2심의관은 한마디로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잡한 절차없이 특별법 하나만으로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을 제정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한두개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실명제란 땅 소유자와 등기부상의 이름을 같게 하는 제도이다. 지금까지 불가피하게, 또는 투기·탈세등을 목적으로 실소유자와 등기부상의 소유자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른바 명의신탁이다. 따라서 부동산실명제의 핵심은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것이다.
명의신탁은 현재도 금지돼 있다. 90년8월1일 공포돼 그해 9월2일부터 시행된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은 명의신탁 금지조항과 이를 위반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법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특별법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게 된 이유는 이 법이 부동산투기꾼들이 충분히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또 대법원도 판례로 명의신탁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7조는 ▲조세부과 회피 ▲시세차익 겨냥 ▲소유권규제 회피등을 목적으로 했을 때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릴 수 없다고 규정,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결과적으로 이밖의 이유로는 명의신탁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유도, 사실상 명의신탁이 근절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민법에서 등기부상 소유자보다 실소유자를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판례로 이를 용인함으로써 명의신탁은 부동산시장 안정의 큰 구멍으로 작용해 왔던 것이다.
이 법에서는 또 금지사항이외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할 경우에는 신탁자와 수탁자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고 위장 허위 명의신탁한 사람에 대해서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만들게 될 부동산실명제 관련법은 명의신탁을 전면 금지시키거나 위반시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에서 명문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막는 관련법의 제정이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민법상 우리나라에서는 등기부상 소유자보다 실소유자를 우선하고 있고 그동안의 판례도 이를 인정해왔기 때문에 민법을 대폭 손질하고 판례를 뒤집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이루어진 명의신탁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종중의 땅과 같이 불가피하게 명의신탁해야 하는 경우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계약자유의 원칙과는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당국은 명의신탁으로 부동산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대략 12만∼13만명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0대그룹의 6백16개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1만여명의 임원과 9만4천여명의 토지초과이득세 대상자, 1만여명의 택지초과소유부담금 부과자, 토지증여자, 해외이주자, 등기부상 종중땅 소유자등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땅은 돈과 달라서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가거나 장롱에 숨길 수 없다. 대상자가 금융실명제때보다 적고 도피의 수단이 차단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개혁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부동산실명제가 명분이나 당위성에 걸맞게 실효를 거두고 위헌결정이 난 토초세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여론수렴과 철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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