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적 압박에 불쾌감… 측근들에 함구령/「정치생명 걸고 탈당」은 실현가능성 적어 민자당 김종필대표의 2선후퇴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김대표의 향후 대응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표는 자신에 대한 설왕설래가 무성한 가운데 7일 「잔인한」 69회 생일을 맞았지만 끝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김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복안을 이미 준비해 놓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대표의 거취문제는 조만간 있을 예정인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삼대통령과 김대표의 청와대회동은 오는 12일로 예정돼 있으나 조기결론을 위해 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 문제는 수일내로 당사자간의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현재 여권은 김대표에게 제시할 절충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주요한 것이 김대표의 후속 위상이다. 당의 의사결정 계선에선 배제하되 명예직을 따로 마련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총재―대표위원―당3역으로 이어지는 당운영구조를 총재―당의장―당3역 또는 총재―부총재―당3역구조로 바꾼다는 것이 방안의 골격이다. 김대표가 갈 자리는 총재와 당의장, 또는 총재와 부총재 사이에 신설될 실권없는 명예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명칭은 어떻게 되든 내용은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당내 움직임에 대해 김대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대표는 이날 상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청구동자택을 방문한 김효영 신경식 조부영 김길홍의원 등에게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들이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냐』고 묻자 김대표는 『나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김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일단 침묵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김대표는 이날 낮 민족중흥회가 마련한 생일축하오찬에서 『어떤 변화가 올지 대개 알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대표는 측근들에게 『일절 대응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대표가 이처럼 침묵하는 것은 역시 김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구랍 중순께 처음 거취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김대표는 같은 태도를 보였다. 『나는 음해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김대표의 언급처럼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계속되는 여권핵심부의 압박에 상당한 불쾌감을 갖고있다.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은 김대통령을 만날 때까지 입을 다무는 방식을 택한 듯하다.
여권이 마련중인 절충안에 대해 김대표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다만 형식적인 자리에도 자족하는 모양은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김대표측근들의 설명이다. 차라리 백의종군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백의종군은 오히려 김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백의종군은 2선 퇴진을 수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반발의 의미가 더 크다.
김대표가 반발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탈당이다. 향후 정국구도를 혼미한 쪽으로 판단한다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이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김대표의 방식은 아니라는게 김대표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 상황에서 늘 최선을 취하는 김대표가 미지의 미래를 향해 모험을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대표는 주례회동의 지속이나 부분적 공천권행사등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실권과 무게를 보장하지 않는 한 형식적 절충안은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같은 김대표의 요구에 답해줄 사람은 결국 김대통령밖에 없다. 그래서 김대표거취문제는 실무차원의 갖가지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회동에 달려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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