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오랫동안 무풍 지대였던 「정치분야의 세계화」를 제기하고 특히 집권당이 세계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이같은 천명은 좁게는 여당의 변화와 개혁을 뜻하고, 넓게는 야당을 포함한 정계의 대개편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날 김대통령은 여당개편과 관련, 최대 관심사인 김종필 대표체제의 지속여부에 관해 언급을 회피했으나 앞으로 지향할 「세계화시대의 정치」에서 변화의 뜻을 분명히 읽을 수가 있다. 즉 민생정치, 경쟁력있는 정치, 지역·계층·세대·정파를 뛰어넘는 통합정치를 강조한 것이다. 조직의 재편은 물론 지도체제를 대폭 교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대표를 예우를 갖춰 2선으로 명예퇴진시켜 혹시나 장차 있을지도 모를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정치재개의 명분을 차단하고 또 「3김시대」를 정리하여 세대교체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연두회견에서 김대통령이 야당에 대해서도 불만과 바람을 피력한 것은 이채롭다. 지금은 과거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던 민주 대 반민주구도시대가 아닌 민주화시대인 만큼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대목이 그것이다.
이것은 정치개혁과 관련, 집권초 재산공개의 예처럼 여당이 먼저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여 야당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미와 함께 야당이 종래의 방식을 견지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정치―정당개혁은 당의 이름과 기, 심벌, 당가를 바꾸고 구조를 변경한다고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정치개혁, 더구나 당이 세계화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인물과 함께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민주화의 실현이다. 부총재제도로하건 당의장제로하건 그것보다 주요당직과 모든 공선후보를 당원과 대의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요체다.
정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어야하며 정치의 경쟁력은 민주화로 이룩될수 있다. 민주화는 세계화의 출발인 것이다. 당내 민주화와 함께 시대와 국민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해야한다. 그렇게해서 각계의 청·장년엘리트들이 자진해서 참여의 문을 두드리게 해야 한다.
민자당이 여당의 각종 프리미엄을 포기하면서까지 정치개혁법을 완성시킨데 이어 4대 지방선거를 사상최대의 공명잔치로 만들기로 한다면 모든 파리와 정략을 버린 새 시대의 새 정당으로 과감한 변신을 해야한다. 그래야 정치의 세계화를 주도할 수 있고 또 야당도 뒤따르게 될 것이다. 여당부터 「발상의 전환」을 시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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