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서 「거취」 언급안해 퇴진 기정사실화/김대표 “담담”… 청와대 곧 절충안 제시할듯 김영삼대통령의 6일 연두기자회견을 계기로 김종필민자당대표의 퇴진문제가 마침내 수면위로 떠올랐다. 김대통령이 김대표의 거취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김대표퇴진을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김대표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해갔다. 단지 당의 세계화를 강조하고 이를 당에서 처리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김대표문제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김대통령의 침묵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회견 직전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된 김대표퇴진문제에 대해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이 논의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김대표 퇴진문제가 이처럼 본격적으로 공론화됨에 따라 청와대측은 이를 가능한한 빨리 매듭지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과 김대표의 새해 첫 청와대주례회동이 오는 12일로 잡혀있으나 일정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김대표퇴진문제는 빠르면 내주초께 명확한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측은 이날 회견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체로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당사의 김대표 집무실에 모여 함께 TV를 시청했던 공화계인사들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김대표는 이들과 회견을 지켜보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대표는 회견후 기자들의 질문에 『알아들었으면 됐지, 나한테 또 물을 것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히려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까지 청와대와 김대표측간에 퇴진문제와 관련한 접촉은 전혀 없었던 것 으로 알려졌다. 김대표측근들은 『전혀 그런 낌새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사실상 김대표퇴진문제가 공식제기된 만큼 조만간 청와대측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현단계에서 김대표측은 『퇴진은 있을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 측근은 『명예퇴진이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러나 김대표는 지금 물러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강제로 퇴진시킬 경우 민자당과 결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을 할 경우에 해당되는 논리이다. 이 측근은 『저쪽(청와대)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면 복잡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절충안이 제시되면 김대표가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실제로 여권내에선 김대표퇴진을 위한 여러가지 절충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대표위원체제를 당의장이나 부총재체제로 바꾼다는 방안이 그런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다. 김대표가 퇴진한다는 전제에서 어떤 절충안을 내놓을 것인가라는 실무적인 문제만 남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표측은 일단 민자당의 지도체제 계선에서 배제되는 상황은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김대표가 현재와 비슷한 무게로 계속 당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상임고문과 같은 형식적 자리나 15대총선 이후의 「약속」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2선후퇴와 영향력유지는 서로 모순이다. 이같은 모순의 해결은 결국 김대통령과 김대표의 담판에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게 민자당내의 시각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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