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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사태 혼미… 옐친 진퇴양난/공습중지령 “화전양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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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사태 혼미… 옐친 진퇴양난/공습중지령 “화전양면 작전”

입력
199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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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각정파 침공반대·지지철회로 “사면초가”/독립도미노·정치생명 우려 철군도 어려워 체첸사태가 혼미한 가운데 러시아정국이 매우 불안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옐친정부는 신년휴가를 틈탄 러시아군의 체첸수도 그로즈니 함락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4일 그로즈니에 대한 공습중지령과 함께 정예병력을 이 지역에 재배치하는등 화전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나섰다.

 옐친의 이같은 책략은 한편으로는 고도의 군사전략처럼 보이지만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 옐친이 겪고 있는 안팎의 시련에 다름아니다.

 체첸사태가 지지부진하면서 특히 러시아군의 피해가 늘어나자 모스크바에서는 현재 정치권은 물론 국민여론까지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다.

 예고르 가이다르 전총리가 이끄는 러시아의 최대개혁정당 「러시아의선택」은 지금까지 체첸침공에 반대는 했지만 옐친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으나 올들어 일부 주요인사들이 옐친 탄핵을 주장하는등 내분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급진개혁파중 체첸침공을 유일하게 지지했던 「12·12」 그룹의 지도자인 표도로프 전재무장관 역시 최근 옐친 지지를 철회했으며 현재 정치인 중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야블로코블록의 지도자인 야블린스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침공에 반대해 왔다. 옐친의 반대세력중 하나인 공산당도 개혁세력에 동조해 체첸침공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어 옐친으로서는 사면초가인 상태이다.

 지난 총선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극우 민족주의자인 자유민주당의 지리노프스키만이 체첸침공을 지지하고 있는데 옐친은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그의 정책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이번 체첸침공은 ▲나토확대에 대한 견제 ▲구소련 각 공화국들에 대한 영향력 유지등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위력과시는 물론 최근 급락한 인기를 만회하고 정적들에 대한 엄포등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하에 결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개혁정당들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옐친은 결국 체첸침공에 승부수를 던진 듯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측근 매파인사들은 체첸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무리수를 둬 옐친에게 최대의 정치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이미 올 경제운용에 타격이 갈 만큼 엄청난 전비가 사용됐으며 아프간전쟁 전몰유가족들을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의 반전운동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철군할 경우 러시아 내 소수 민족들의 「독립도미노」 현상은 물론 옐친의 정치생명까지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서 옐친의 선택은 체첸사태를 최단시일내에 해결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옐친으로서는 두다예프의 체첸정권이 굴복하지 않는 한 군사작전을 이달중 종결짓고 자신의 결정이 올바른 것이었다는 점을 국민들이 신임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반도」인 조하르 두다예프 체첸대통령은 건재하며 러시아군 희생자는 늘어가는 반면 군사작전은 별다는 성과를 거두지 못해 옐친을 고민속에 빠뜨리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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