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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미·일·러 3국외무 동시서면회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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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미·일·러 3국외무 동시서면회견 내용

입력
199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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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통일 남북한의지에 달려”/크리스토퍼 미국무/“대한유대 희생하는 「북·미개선」없을것”/고노 일외무/“북대응따라 국교교섭재개 응할 용의”/코지레프 러외무/“휴전협정,새체제 전환까진 존속돼야”/주변국역할은 보조적… 당사자간 대화 급선무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 고노 요헤이(하야양평)일외무장관, 안드레이 코지레프러시아외무장관은 분단 50주년인 1995년은 한반도 통일여정에서 중대 전기가 마련될 시기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남북한이 적극적인 관계진전에 나서 통일작업을 진척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국 외무장관들은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한국일보와의 동시 서면회견에서 한반도 통일문제는 결국 당사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전제, 남북한이 상호신뢰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3국 외무장관과의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95년은 한반도 분단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미간에는 제네바 핵합의가 이뤄지고 북한체제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이 승계됐다. 앞으로의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한반도에 발전적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되는가는 전적으로 한국인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남북대화는 한반도내 긴장완화, 항구적 평화정착, 양측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통일을 가져오는데 필수적이다. 지난해 10월 북한은 제네바 합의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남북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남북대화를 갖기로 천명했다.

 ▲고노 요헤이 일외무장관=한국인들은 한반도 분단 50년이라는 중요한 고비가 되는 95년 신년을 깊은 감개속에 맞이했다. 작년에는 한반도정세에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 잇따랐다. 앞으로 북·미간 핵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고 또 남북대화가 재개되어 95년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개선, 나아가서는 분단해소를 향한 새로운 전환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외무장관=동일한 민족인 남북한이 평화와 화합하에 살아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명제이다. 냉전의 가장 비극적인 징후인 분단은 분명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국민이 서로 협력, 노력함으로써 상호이해와 선린관계로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이 길이 평화적이며 민주적인 통일을 앞당길 것으로 확신한다.

 ―귀하는 한반도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가능하다면 그 시기와 방법은. 또한 통일한국이 귀국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코지레프장관=한반도가 언제 통일될 것인지 여부는 무엇보다 먼저 한민족 자신의 현명한 의지와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준비, 상호기대에 대한 희망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이를 위한 예비적 방법으로는 화해, 상호불가침, 협력과 교류등에 대한 남북한간의 협정이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가 통일되고 평화를 사랑하며 민주주의 하에서 비핵국가로 발전되기를 희망하며 이것은 러시아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으로 생각한다.

 ▲크리스토퍼장관=제네바합의를 시작으로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진전에 나섰다. 미국은 미국의 정치·경제적 가치를 거의 공유하고 있지 않은 북한과 매우 독특한 종류의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은 중요한 국제적 지역적 문제및 양국 관계에 있어 역사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적대상태가 변화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정부는 북·미간에 가로 놓인 깊은 골과 그 본질에 관해 현실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분명히 할 점은 북한과의 관계성격이다. 최우선적으로 우리는 대북관계로 인해 한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고노장관=한반도의 평화적통일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반도통일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추측하는 것을 삼가고 싶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안정을 위해 귀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이 어떠한 역할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크리스토퍼장관=주변국의 역할은 보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확고한 한미관계는 미국의 변화할 수 없는 목표이며 안보공약 또한 흔들릴 수 없다. 한미 양국간 공조는 지금까지 평화를 유지시켜 왔고 앞으로도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고노장관=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에 극히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문제는 제1차적으로 남북당사자간의 직접대화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 일본은 한국 미국등 관계국들과 긴밀한 연대를 취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및 남북대화추진을 위한 환경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생각이다.

 ▲코지레프장관=러시아는 정치 경제 역사 지리적 이유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안정을 희망하고 있다. 이는 동북아지역에서의 평화와 발전의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이익과 특권을 원치 않으며 동시에 전통적으로 한반도문제와 얽혀 있어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수동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한반도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제안한 한반도의 비핵화 지위와 안전보장을 위한 국제회의가 한 예이다. 이 회의에서 주변관계국들이 상호노력, 한반도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의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주한미군의 위상도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주한미군과 정전체제에 대한 귀하의 견해는.

 ▲고노장관=미국 중국등은 계속 휴전협정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도 휴전협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역할을 평가하고 있으며 계속 이 협정이 관계국에 의해 준수되기를 바라고 있다. 주한미군의 지위·역할에 관해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이 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국에 계속 주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나가리라고 본다.

 ▲코지레프장관=휴전협정이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휴전협정은 국제적으로 승인되었으며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전보장측면에서 볼 때 하나밖에 없는 장치이다. 때문에 이 장치는 새로운 평화적인 제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존속돼야 한다. 새로운 평화체제의 기본은 남북한간의 화해협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장관=주한미군 감축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즉 비무장지대에 밀집된 군병력과 화기등이 현저히 줄지 않는 한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한국인들이 굳건하고 영속적인 평화상태를 달성할 때까지 우리는 정전협정의 효력과 군사정전위원회의 기능을 유지시킬 것이다. 한미 정부간의 긴밀한 상호협력과 협의체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귀하는 북·미간 제네바 합의가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세계적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만약 북한의 의혹이 계속된다면 다음에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크리스토퍼장관=보비 홀준위의 석방은 한국일보가 이미 세계적 특종을 했는데, 미국정부는 북한에 억류돼 있던 보비 홀준위가 석방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다. 홀준위가 북한 당국에 의해 13일간 억류돼 있었다는 사실은 미국정부가 평화에 대한 위협에 항시 경계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비록 북한이 다른 사안을 홀준위 석방 협상과정에서 제기하려고 했지만 협상과정에서 미국정부는 송환이외의 사안에 대해 타협이나 양보를 한 적이 없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코지레프장관=북핵문제가 제네바 합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의무사항들을 준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다. 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준수사항과 관련된 모든 필요한 절차들을 확실하게 지켜야 하고 이를 확실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고노장관=미국과 북한간의 합의는 북한의 과거, 현재및 장래의 핵개발활동에 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나아가서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연결되는 핵개발활동을 앞으로도 봉쇄하는 것이어서 일본정부는 이 합의를 높게 평가하고 환영한다. 북한의 핵무기개발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 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다른 방법은 없다고 본다.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에 대한 귀하의 견해는. 또 이에 따른 선결조건은 어떤 것들인가.

 ▲코지레프장관=러시아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완전한 권리를 가진 일원이며 유엔의 회원국이라는 점을 원칙적으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 일본과 외교관계가 없다는 것은 옳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북한은 이미 양국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우리는 북한이 일본과 관계정상화에 대한 회담재개를 희망한다. 물론 북한과 일본은 양국관계정상화를 언제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문제를 그들 나름대로 추진할 것이지만 이 문제를 이미 언급한 한반도문제에 대한 국제회의에서 토론의 주제로 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남북한 모두 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한반도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남한은 물론 북한도 점진적으로 민주주의와 개혁을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가야할 길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을 것이다. 이 기회에 한국일보의 모든 독자들에게 새해를 축하하며 한민족 모두에게 안녕과 행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크리스토퍼장관=제네바 북·미 합의에 따라 미국은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고 북한 역시 그와 유사한 사무소를 워싱턴에 개설할 것이다. 이는 심사숙고된 가장 낮은 수준의 외교관계가 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양국에 설치될 사무소들은 기초적인 외교·영사 기능을 수행하고 제네바합의 이행을 원활히 하는 정도의 인원만이 배치될 것이기 때문에 대사가 파견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양국간 문제가 풀리는 정도에 따라, 제네바합의의 완전한 이행에 따라,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전반적인 긴장완화 정도에 따라 연락사무소의 규모와 기능은 확대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는 멀지않아 북한과의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희망하고 있지만 결코 한국과의 사활적인 유대를 희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끝으로 새해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복되고 영광스런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미국민들의 바람을 전하고 싶다.

 ▲고노장관=일본과 북한간의 국교정상화 교섭에는 두가지 관점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후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바로잡는 것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한다는 점이다. 또한 교섭은 한국등 관계국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정상화교섭재개에 조건을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일 쌍방의 관심사항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여하튼 북한측의 대응여하에 따라 교섭재개에 응할 용의가 있지만 현재로선 교섭재개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워싱턴=이상석·도쿄=이재무·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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