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도 국제수준 혁신 절실/산업구조 고도화도 발등의 불 국제적으로 어떤 기준을 택하더라도 한국경제가 개도국을 벗어나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세계에서 한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GNP에서 15위(93년), 1인당 GNP 32∼33위, 그리고 무역규모 12∼13위에 이르고 있다. 또 조선, 가전제품, 철강및 자동차부문의 경우 국내 일부 기업은 세계적 경쟁우위를 누리고 있다.
국제기구내에서 한국경제의 위치로 보더라도 이제 선진제국과 거의 이해의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 UR진행과정에서 농산물및 서비스협상과 관련하여 부분적으로 수세에 처하기는 했으나 그 이외 제조업부문의 시장개방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우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국제거래의 자유화가 한국경제의 발전에 유리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선진제국이 경험했듯이 한국은 이미 IMF 8조국으로 이행했으며 IBRD를 포함한 세은(세은)그룹내에서 원조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그간 논의를 거듭해온 OECD가입이 96년 실현될 예정이다. 물론 이 자체가 한국경제의 자동적인 선진화를 의미하지는 않으나 국제경제를 주도하는 국가군(군)에 참여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동시에 경제·산업구조, 경쟁력 또는 경제정책의 운영등 제측면에서 선진제국과 비교될 수 있는 모습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OECD가입은 한국경제의 발전방향과 과제를 제시해 준다.
아·태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APEC내에서의 활동이야말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변화를 실감케 하는 한편, 적극적·체계적인 경제외교의 전개를 통한 안정적 시장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PEC 설립초기부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여 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그 구성국간 격차로 인하여 동 협력체가 지역주의적 경제통합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은 배제되었다고 본다. 한국경제의 입장에서 앞으로도 아·태지역지향적 성장을 계속한다는 전제아래 개별 국가별로 자원확보, 시장확대및 다변화 또는 국내 산업구조 조정등을 취지로 하는 경제협력의 강화가 요구된다.
이와 같은 외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불안한 한국경제의 국제적 지위는 개도·선진국과의 경제거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중국및 아세안 제국을 비롯한 개도국과의 경제관계에 있어서 한국은 무역구조나 자본·기술 제공등을 고려할 때 확실히 「주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과연 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연결되어 있느냐이며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주로 저임금을 활용하려는 기업수출이다. 좀 더 기업세계화라는 차원에서 세계적 경영체계를 추구하여 경쟁우위를 갖추고 동시에 국내 산업구조와 연결시키려는 개척자적 기업정신이 필요하다.
선진국과의 경제관계를 살피면 무차별 다자주의와 호혜주의(RECIPROCITY)에 근거하고 있으며 WTO체제의 출범과 함께 이 원칙은 한층 뿌리를 내릴 전망이다. 무역거래에 있어서도 수평분업의 추세는 외관적 대등관계를 반영하는 것같이도 보인다. 그러나 1994년 1백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대일거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업구조의 선진화는 아직도 요원한 감이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기술및 노하우, 그리고 경영기법등의 도입을 통한 기업혁신의 노력이 요구된다.
다른 한편, 태평양시대의 등장과 함께 한국경제가 21세기초 선진권으로 진입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는 하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않는한 중진국의 마지막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하여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과거 불균형성장이나 형식적 목표추구의 관행이 가져온 부작용을 제거함으로써 사회적 통합과 협조체제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한국경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분명하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대내적으로는 경제전반에 걸친 경쟁력 제고의 요청,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국제거래의 급속한 자유화및 새로운 국제적 규범의 설정이라는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여 한국적 경제발전 모형을 새로이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에 맞추어 경제운영이나 제도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며 세계화의 의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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