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 등 최첨단무기도 자체 개발/작년 국방비예산 37조원 세계2위 규모 도쿄 네리마(연마)구에 있는 일본 육상자위대 제1사단 사령부 실내체육관. 도쿄 중심부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걸리는 이곳에서는 독특한 총검술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복장은 검도와 비슷했으나 훈련내용은 총검술에 더 가까웠다. 바깥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총검술을 체력단련과 정신무장을 위해 실내에서도 할 수 있도록 일본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훈련분위기였다. 다른 자위대부대처럼 1사단 대원들도 전원이 하사관 이상의 직업군인임에도 실내체육관에는 자발적인 훈련열기가 넘쳤다. 체육관의 차가운 공기 속에도 벌겋게 달아오른 1사단 자위대대원들의 얼굴표정과 우렁찬 기합소리는 전후 50년을 맞는 일본자위대의 변화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 한층 치열해진 자위대 입대경쟁률도 주목거리다. 80년대말까지도 지원자가 필요인원(매년 1만5천명 정도)에 미달되는 경우가 많아 방위청이나 자위대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사이 남녀 입대경쟁률이 각각 3대1과 5대1을 넘어서 사기가 높다.
자위대는 명칭만 놓고보면 「군대」가 아니다. 자국방어가 자위대의 유일한 존재목적이고 자위대대원은 전원 직업군인으로 충원된다. 그러나 지난해로 창설 40주년을 넘어선 자위대가 내용면에서 아직도 「군대」가 아니라고 고집하기는 어렵다. 지난 40년동안 웬만한 나라의 전체 국가예산보다 많은 막대한 국방비(94년의 경우 37조원)를 매년 쏟아부으며 꾸준히 힘을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54년 경찰예비대를 모체로 닻을 올린 자위대는 출범 이후 3년 내지 5년을 단위로 한 「방위력정비계획」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95년말에는 2차 중기 방위력정비계획이 마무리된다. 그 결과 일본은 탱크등 재래식 무기는 물론 걸프전에서 위력이 입증된 최첨단 전자전무기까지 자체제작하는 군사대국의 대열에 올라서 있다.
물론 방위청이나 자위대는 「자위대를 알고계십니까」등의 자체홍보물을 통해 나름의 설명을 한다. 모리야 다케마사(수옥무창)방위청 방위정책과장은 『방위비의 42.6%가 인건비등이고 장비구입비는 21.3%에 불과하므로 일본이 군사대국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구소련붕괴 이후 사실상 세계2위 규모의 국방예산과 자위대의 최첨단무기체계는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의식할 수밖에 없는 판단근거가 된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제작해 실전배치한 SSM1은 최고속도 마하 0.9에다 사정거리도 1백50에 이르는 최첨단 순항미사일이다. 또 막대한 건조비문제로 일본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던 최신형 이지즈함은 방위,거리,고도를 동시탐지하는 3차원의 SP1/1 페이스드 어레이 레이더와 사정거리 1백의 SM2미사일 등을 갖추고 있어 항공모함 호위함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차세대 전투기(FSX)제작에는 세계제일을 자랑하는 일본의 전자기술이 총동원되고 있어 벌써부터 성능이 주목되고 있다.
막대한 국방예산과 최첨단 무기체계라는 두개의 칼자루를 쥐고있는 네리마 1사단 사령부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네리마(연마)=장현규기자>네리마(연마)=장현규기자>
◎방위산업 현주소/국방장비 국산화율 90%… 등록된 기업체 1천4백개
일본 나고야(명고옥) 고마키(소목)시 동쪽의 미쓰비시(삼릉)중공업 나고야 유도탄추진시스템제작소는 공장부지가 10만여평인 일본 유수의 방위산업 공장의 하나이다.
89년 문을 연 이 제작소에서는 유도탄과 전투기의 주요 부품 등 항공우주사업분야의 각종 첨단 방위장비 생산 및 수리업무를 맡고 있다.
일본 최대 방산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전국 14개소에 이런 규모의 제작소,조선소등을 가동하고 있고 기술연구소는 3천여명의 석·박사급 고급 기술연구인력이 활동하고 있는 6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미쓰비시연구소의 이같은 겉모습은 「군사대국화의 원천」으로 불리는 일본 방위산업의 현주소를 짐작케 하기에 충분하다.
오늘날 일본 방위산업은 국방장비의 국산화율을 90%대 이상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기술수준도 미국에 비해 손색이 없다. 반도체와 레이더등 일부 최첨단 방위산업 품목은 오히려 미국에 앞서고 있음이 지난번 걸프전에서 입증되기도 했다.
50년대까지 수백억엔대에 불과했던 일본의 방위산업규모(생산총액)는 80년들어 7천8백32억1천엔으로 늘어났고 92년에는 1조8천8백30억엔, 올해는 전체 방위관련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조엔(16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방위산업의 중추는 모든 방위장비 개발 및 도입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방위청 산하 기술연구본부다. 대기업체에서도 활발한 기술연구 및 생산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현재 방위청 조달본부에 등록된 방위산업체는 1천4백4개사. 이중 8백55개 업체는 미쓰비시중공업등 대기업의 하청기업인 종업원 3백명 이하의 중소기업들로 한 가지 품목을 여러업체가 계열화해 생산하기에 적합하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93년 방위장비 납품규모가 2천6백49억엔(2조2천억원)으로 전체의 19.3%를 차지했던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등 상위 6개사가 조달계약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등 대기업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방산업계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장비만도 30년전인 60년대 64식전차를 시작으로 지원전투기,87식 대전차유도탄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90년대 들어서는 91식 휴대지대공유도탄,신대잠 헬리콥터, 93식 공대함유도탄 등을 개발한데 이어 미국과 라이선스 생산방식으로 단거리 SAM미사일과 FSX(차세대지원전투기)등 최첨단 군사장비들도 개발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특차사업본부 히네노 유타카(일근야양)본부장(59)은 『일본 방위산업은 전후 미국의 기술지원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이제는 자력으로 어떠한 신장비 개발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도쿄·나고야=박상준기자>도쿄·나고야=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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