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안정이 최대관건/주석직 취임지연·건강문제 걸림돌/대남비방도 계속 「희망적관측」에 찬물/대내외 여건변화로 극적 성사 될지도 분단 반세기가 되는 올해 김영삼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간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남북정상회담은 「아직도 휴전상태」에 있는 남북이 화해의 악수를 나눈다는 역사적 상징성과 통일의 단초를 연다는 민족사적 의미를 함께 지닌다.남북정상회담은 지난해 김대통령과 북한주석 김일성간에 극적인 합의를 보았다가 김일성의 사망으로 무산됐기에 그 아쉬움과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과거 정권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밀사를 통해 극비리에 추진되다가 무위에 그치고는 해 국민들 입장에서는 남북정상의 만남이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피부에 와닿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지난해 카터전미대통령의 중재로 남북정상회담이 공개리에 추진돼 합의를 본 것을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의 여건이나 남북한 상황으로 보아 올해 가까운 시일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내리기는 어렵다는게 정부당국자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물론 지난해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북한주석의 남북정상회담이 당시 유엔의 대북제재가 추진되던 긴장상황을 단숨에 뛰어 넘어 극적인 합의에 이른 것처럼 정상회담은 일반적 정세전망을 초월해 일순간에 이뤄질 수도 있는 성질의 것이기에 섣부른 단정은 무리이다.
지난해 남북간에 합의된 정상회담은 현재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상태」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도 당시 그런 표현을 썼다.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의 북한측 수석대표였던 김용순(김용순)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은 김일성사망 사흘뒤인 지난해 7월 11일 남측 수석대표인 이홍구 당시 통일부총리앞으로 편지를 보내 『우리(북한)측 유고로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상회담 재개문제는 연기사유가 있었던 북한의 재추진통보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입장이다. 김대통령은 줄곧 『김일성과 합의한 남북정상회담은 아직 유효하다』는 전향적 태도와 함께 북한의 재추진통보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홍구총리가 통일부총리시절 여러차례 『김일성사망 이전의 대화상황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우리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여부는 무엇보다도 북측의 입장과 태도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이란 상대가 있는만큼 어느 일방의 기대나 요구로 이루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까지 북한이 보이고 있는 대남태도등을 볼 때 올해 가까운 시일내에 남북정상회담에 응해 오리라고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인것이다.
정상회담은 그 성격상 남북대화의 재개단계를 뛰어 넘어 열릴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남북대화 재개가 정상회담 재추진분위기 조성에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해 초에 이뤄질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의 김대통령에 대한 비방논조는 완화조짐을 보이지 않은채 오히려 더욱 격렬해지고 있는 것이 이런 전망의 한 근거가 되고 있다.
북한은 계속해서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로 김일성사망시 조문파동의 사과와 함께 관계개선의 「정치제도적 장벽」이라는 국가보안법철폐와 「물리적 장애」라는 콘크리트장벽철거를 우리측에 요구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조기성사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은 북한 내부사정과 정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선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빨라야 임기 5년의 제10기 최고인민회의가 새로 구성되는 올 4월에나 김정일이 국가주석에 선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일성의 생일이 4월 15일이어서 김정일이 아버지의 생일을 지낸 뒤 「등극」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곁들여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김정일이 조문분위기를 더 지속시키기 위해 국가주석직 취임을 김일성사망 1주기후로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김정일이 국가원수인 주석직을 공식승계하지 않았더라도 북한의 실질적인 최고실권자인만큼 북한이 응해 오기만 한다면 우리가 정상회담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정부입장이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적 책임이 없는 상대와의 회담결과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건강문제도 남북정상회담 성사여부의 변수중 하나이다. 그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추진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는게 정부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북한 핵문제해결의 큰 틀인 북·미합의의 이행과정에서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남북대화에 나서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은 있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극적으로 응해 올 수 있다고 기대섞인 전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미합의는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서 북한이 남북대화에 착수한다고 돼 있다. 당장 오는 4월 북한은 코리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경수로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고 이때 한국을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도 이때쯤 북한과 상호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게 돼 있어 그 시점에도 남북대화가 재개되지 않으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으므로 북한에 대해 남북대화재개를 종용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북한은 내부사정이나 여건상 대화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남북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고 이 경우 정상회담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북한내부사정이나 남북관계의 현 상황에서 볼 때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북·미합의의 이행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지난해 김일성의 경우처럼 극적으로 정상회담에 응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김정일이 권력을 공식적으로 완전히 인수한 하반기에나 가능하리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지난해 정상회담의 적극 추진을 통한 남북문제의 포괄적 해결정책에서 정상회담보다는 우선 이미 설치돼 있는 여러가지 남북대화채널의 재가동에 주력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정상회담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올해 북한정세 어떻게 될까/4월께 권력승계 완료… 본격 세대교체/조심스런 개방추진… 기술관료 등 득세할듯
95년 북한 내부정세의 향배는 김정일의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사후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있는 국가주석직과 당총서기직에 김정일이 언제 취임할 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나 4월께는 권력승계가 완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가주석을 선출토록 돼있는 최고인민회의가 올 4월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이 시기를 전후해 당총비서선출을 위한 노동당 중앙위 전체회의가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건강이상설등 북한내부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김정일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나 세력이 없고 북한주민들도 부자세습을 인정하고 있다.
김정일은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늦추면서 자신의 권력기반을 더욱 확고히 정지하는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은 군부를 장악키위해 자신을 중심으로 군체제를 정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김일성추도대회당시 인민군 차수 8명중 6명이 권력서열 77위이하에서 22위이상으로 뛰어오른 것은 이같은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김정일은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마치면 그동안 김일성의 후광을 업은 소위 「유훈(유훈)정치」에서 탈피, 자신의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과정에서 북한의 권력내부에는 상당한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의 단일지도체제아래 이른바 혁명1세대는 원로그룹으로서 정책결정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자문하는 역할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와함께 김정일 자신이 속한 혁명2세대가 전면에 부상, 정책결정의 핵심역할을 맡고 혁명3세대는 정책집행의 주요부서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은 북한의 개방노선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경대혁명학원및 김일성종합대학출신의 기술관료를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주민에 대한 사상통제의 강화측면에서 3대혁명소조출신들도 상당히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극도의 경제침체와 식량및 에너지난에서 비롯된 북한의 제한적인 개방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권력층은 개방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히려 북한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이와함께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활로를 모색키위해서라도 미국, 일본등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를 것이 분명하다.
다만 북한은 북·미합의를 계기로 국제관계에서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대남정책에 있어서는 긴장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이중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미국이라는 적이 없어진 상황에서 체제유지를 위해 새로운 적을 만들 필요가 있고 당연히 남한을 그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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