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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리를 아십니까/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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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리를 아십니까/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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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서울에 사당리와 쌍문리라는 지명이 있을까. 있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사가 펴낸 92년판 「세계지도」(ATLAS OF THE WORLD)에는 의젓하게 나와있다. 사당리는 지금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쌍문리는 도봉구 쌍문동의 옛이름이다. 오래전 옛이름이 최신지도에 오롯이 남아 있다니, 오늘의 대도시 서울을 뭘로 보고 이런 망발을 하는가 라는 생각에 김이 팍 샐지도 모른다.○미 지도엔 아직도

 왜 하필 희망찬 95년을 준비해야 하는 이때 그따위 하찮은 사실을 거론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퍽 유감이다. 왜냐하면 그 지도의 표기가 바깥세계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또는 우리와 우리가 속한 나라의 품격과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사간 「세계지도」에 나오는 서울은 60년대초의 서울이다. 30여년전 서울모습을, 세계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는 세계지도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오히려 신기하다. 지도를 그대로 옮기면 서울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과 영등포가 전부이다. 사당리와 쌍문리 안양리등 낡은 표기는 그렇다 치고, 서울의 명소선택마저 잘못돼 있다. 한심스럽게도 서울 한복판에 제일 크게 표시된 명소는 「OKUK TEMPLE」(오국사)이다. 오국사라는 절이 과연 있는가. 88년 올림픽을 치러 세계적 명소가 된 잠실스타디움은 물론 나와 있지도 않다. 대신 지금의 동대문야구장이 옛이름 서울운동장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럼에도 지도제작사의 서문은 가당찮다. 92년 개정판을 내면서 「최신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족을 달고 있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지명을 옛이름으로 환원했기 때문에 지명을 바꿔 제작하느라 많은 애로가 있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60년대의 그 모습으로 붙잡아 놓고서 우크라이나는 새 이름으로 바꿔준다. 어딘가 앞뒤가 맞지가 않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까놓고 얘기하자면 한국이 우크라이나 보다 관심을 덜 받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경우 국제사회가 우리를 제대로 보아주지 않는다는 하나의 징표일 수가 있다.

○국제시각 한징표

아니면 국가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경우라면 공무원의 근무태만이 원인일 수 있다. 외무부 교통부 공보처 그 숱한 관계부서, 그리고 관계공무원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그들중 아무도 그 지도를 본 사람들은 없었을까. 세계지도 하나에 의문은 꼬리를 문다.

 서울의 옛모습을 그대로 표기한 이유를 이해할 법도 하다. 지도제작사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우리가 너무 빨리 변한 탓도 있고, 선진국 문턱에 허덕거리며 다가서느라 바깥을 돌볼 틈이 없었던 탓일 수도 있다. 짧은 기간내 경제성장과 정치발전을 한꺼번에 이뤄낸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다고 하니까.  

 틀린 지도를 보고 잠시 흥분해 보기는 하지만, 이런 일에서도 우리자신을 성찰하는 교훈을 얻는다면 그것은 훌륭한 반면교사로서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세계화 정부」 할일

 95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한다. 정부는 세계로 발돋움할 각오에 넘쳐 있다. 이름하여 「세계화 정부」출범이다. 이러한 때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에 정부 민간 모두 나서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매달려 본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안에서만 티격태격할 것이 아니라 모두 나서서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바깥세계에 한번 신나게 팔아 본다면 말이다. 외국 교과서에 현존해 있는 낙후된 한국의 모습을 바로 잡아주는 것도 그런 일중의 하나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멀지않아 세계 도처의 사람들 귀에 코리아도 재팬과 차이나처럼 생소하게 들리지 않을 터이다. 이것이 바로 돈번 값을 치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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