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새로운 당명을 공모한다고 공식발표한 30일,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만난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당명을 바꾼다고…. 그런데 왜 바꾸는 거요. 하기야 국민학생 이름도 어감이 나쁘면 개명을 허용키로 했다니 그렇다 칩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집 문패를 바꿔 달겠다는 것이 어떻게 결정된 거요』 이 물음에 대한 당의 대답은 몇줄로 요약된다.『김영삼대통령의 당세계화구상에 따라 전당대회를 준비하던 실무선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고 고위당직자회의의 논의를 거쳐 김종필대표가 당명변경을 검토토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정과정이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진행됐으니 소속의원들이 어리둥절 해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당직자들은 3당합당의 유산을 청산하고 세계화조류에 부응하려면 간판을 바꿔 다는 게 첫 수순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그러나 공식 의결기구에서 토의 한번 되지 않은 당지도부의 전격적 방침을 그저 따라가야 하는 의원들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는 표정이다.
또 김대표가 『지난날 일본에서 「개혁하며 진보하자」는 취지에서「개진당」이란 이름도 나왔다』고 말한 이후 하필이면 우리말적 뉘앙스가 묘한 개진당을 예로 들었느냐에 대한 해석도 분분해 연말의 당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자당의 당명변경과 관련해 분명히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세계화의 내용은 오리무중인 채로 당명부터 바꾸고 보자는 발상이 과연 올바르냐 하는 점이다. 특히 헌정사에서 온갖 화려한 수사로 이름을 장식했던 수많은 정당들이 명멸한 과정을 되돌아보거나 소속의원들마저 「왜」라는 물음을 던지는 현실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왜」에 대한 내부공감대가 없다면 각종서식의 변경에 따른 번거로움과 비용부담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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