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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못푼 「망향의 한」/임진강변 언덕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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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못푼 「망향의 한」/임진강변 언덕에 묻는다

입력
199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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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실향민묘지 새해봄 개원/내려다보면 북한땅 한눈에/「예약」수백명 지난추석 다례/만7천기 수용… “모두가 맨몸월남” 면적·모양 차별 안둬 반세기동안 가슴 속에 묻어둔 망향의 한들이 임진강변에 묻힌다.

 경기 파주군 탄현면 법흥리 산12. 강 건너 북한땅 개풍군 장단면 정곶마을이 마주 보이는 강변 언덕마루에 이북5도청이 조성하는 실향민묘지 동화경모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옆 23만5천여평 너른 구릉은 이미 계단식으로 대강의 틀이 정리되고 성묘로가 닦여 이르면 새해 봄부터 매장이 시작된다.

 함경남·북, 평안남·북, 황해·경기·강원도등 미수복지 7개묘역으로 나뉘어진 이곳에는 1만7천명의 실향민 유택이 마련된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황량해 보이지만 이미 월남자들에게는 망향의 서러움을 달래주는 또다른 명소가 돼 있다. 

 지난 추석때만해도 이곳에 묘를 예약해둔 실향민 수백명이 찾아와 차례를 올렸다.

 (주)동화경모공원 이창현 총무과장은 『평소 주말이나 휴일에 노부부가, 혹은 혼자 된 이들이 쓸쓸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자신의 유택 자리에 앉아 북녘땅을 바라보며 서럽게 울다 가곤 한다는 것이다. 주말마다 혼자 와 하염없이 우는 노인이 있어 직원들이 사연을 물었더니 노인의 고향은 바로 지척에 보이는 정곶마을이었다.

 지난 9월에는 80노인이 임종을 앞두고 앰뷸런스로 실려왔다. 그는 간신히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채로 자신의 묘터를 둘러보며 울다 돌아갔다.

 유동빈 관리소장(63·예비역 대령·육사10기)을 비롯, 공원관계자 14명 전원은 실향민이거나 2세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남다른 아픔과 책임감을 공유하고 있다.

 평북출신인 유소장은 이북5도청이 실향민묘지를 조성한다는 말을 듣고 예편후 운영하던 탄탄한 유통회사도 걷어치우고 이 일을 맡았다. 『부모의 산소를 모시는 심정으로 통일후에도 역사에 남을 유적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와 동료직원들의 의지이다.

 이곳에는 여느 공원묘지처럼 재산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모든 묘자리는 면적과 모양이 같고 분양가도 2백만원으로 동일하다.

 38선을 넘을 때 모두가 맨몸이 아니었느냐는 것이 차별을 두지않는 이유다.

 당초 올 가을부터로 예정됐던 개원이 행정절차로 늦어져 많은 실향민들이 용미리 공동묘지등에 가매장됐다. 그 원혼들은 내년봄부터 이 곳에 이장된다.

 그들은 또다시 고향 선영으로의 재이장을 꿈꾸고 있을것이다. 그 꿈은 또 한해를 넘기며 차갑게 얼어붙은 임진강가를 떠돌고 있다. <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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