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새 우려 반려 주춤… “끝까지 묻어둘것” 전망도황낙주 국회의장의 책상속에는 골치아픈 서류가 하나 있다. 바로 이기택민주당대표의 의원직사퇴서이다. 황의장은 사퇴서 얘기만 나오면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생각중이다』고 말한다. 이 문제로 이종률 사무총장 이현구 비서실장과 상의하기도 했다.
의원직 사퇴서는 국회법 제135조에 의하면 회기중에는 표결로, 폐회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도록 돼있다. 따라서 폐회중인 지금 이대표의 사퇴서는 싫든 좋든 의장이 처리해야 한다.
황의장의 선택은 허가냐, 불허냐 둘 중의 하나다. 의장실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는 불허로 기울고있다. 실무자들은 『야당대표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이의장비서실장이 이대표를 방문, 사퇴서를 돌려주는 방안도 있다』고 말한다. 또 내년 1월 임시국회때까지 기다렸다가 본회의표결로 불허하자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내에서는 『최고위원회의나 의원총회에서 사퇴서철회를 결의, 이대표에게 복귀의 명분을 주자』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대표는 어느 경우든 「NO(노)」다. 사퇴서 얘기만 나오면 『끝난 일을 다시 꺼내지 말라』고 못을 박는다. 이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도 폐쇄됐고, 비서진들도 세비를 수령하지 않고있다. 비서실장인 문희상의원은 『이대표의 의원직사퇴는 정치적 쇼가 아니다. 바꿔 생각해보라. 사퇴를 철회하면 세상이 웃지않겠는가』라고 철회불가를 단언한다. 다만 문의원은 『사퇴철회의 길이 꼭 하나 있다. 그것은 5·18관련자들의 기소다』라고 한가닥 여운을 남겨놓고 있다.
이대표의 입장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사퇴서를 철회시키려는 노력이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의장실은 이대표가 의장의 반려건, 본회의 표결이건 무조건 일축, 「모양새」가 좋지못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황의장은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듯하다. 그는 『급할수록 돌아가라. 더구나 사퇴서처리가 초를 다투는 다급한 현안은 아니지 않느냐』며 뜸을 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처리하기도, 불허하기도 어렵다면 현 상태로 계속갈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즉 이대표의 의원직사퇴서를 14대 끝까지 묻어두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는 사퇴, 법적으로는 의원직유지」라는 기형적인 형태여서 여론의 곱지못한 시선을 받을 것이다.
난제를 놓고 황의장의 「솔로몬의 지혜」가 어떤 것일지 주목된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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