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롬장착 32·64비트급 최첨단기기 출시/입체화상에 컴퓨터그래픽 기법 동원 “놀이” 「아이들 오락기」로만 여겨졌던 비디오게임기가 컴퓨터에 버금가는 멀티미디어 화상처리기능를 갖게 되면서 세계 전자업계에는 게임기 시장을 둘러싸고 한판 승부가 한창이다.
전세계 게임기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닌텐도와 세가의 아성에 미국의 AT&T, 일본의 마쓰시타 소니 NEC 도시바 산요등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매년 32%씩 성장하고 있는 세계 게임기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이들 업체들의 경쟁으로 게임기시장은 이미 멀티미디어시대를 향해 치달아 가고 있다. 고속 화상전용처리칩을 내장한 세가의 「새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등으로 대변되는 신형 32비트 게임기들은 CD롬을 장착, 원음에 가까운 음질과 3차원의 입체적인 화상에 빠른 속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게임기다. 이 차세대 게임기들은 그동안 주종을 이뤄 왔던 16비트 게임기를 몰아내고 2백30억달러 규모의 게임기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32비트 게임기의 훨씬 앞에는 64비트 게임기가 첨단기술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제2의 게임기업체인 세가는 지난달 「새턴」시판과 함께 입체영상 격투게임인 「버추얼 파이터」를 출시했다. 20명의 연구팀이 1년여에 걸친 노력끝에 개발된 이 게임은 「폴리곤」이라는 차세대 컴퓨터그래픽기법을 통해 게임자가 마치 가상현실속에서 입체인형과 결투를 하는 것같은 사실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에 맞서 게임업계의 제왕 닌텐도사도 이달 들어 3차원게임인 「슈퍼 동키 콩」을 발표했다. 킹콩을 주인공으로 악당악어를 물리치는 어드벤처물인 이 게임도 게임의 주인공들에 특수 기법을 사용해 사실적 입체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올 연말연시를 맞아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들어가게 될 「버추얼 파이터」와 「슈퍼 동키 콩」의 격돌은 80년대말 비디오게임계의 양대산맥인 닌텐도와 세가의 「슈퍼마리오」및 「소닉」의 격돌 이후 비디오게임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이외에 소니사도 최근 32비트 게임기 「플레이 스테이션」을 출시한데 이어 3차원 자동차경주 게임인 「리지 레이서」를 선보였다.
이같은 선진국들의 발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국내 비디오게임 업계는 지난해 게임을 하던 어린이가 발작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됐던 이후 침체에 들어갔다가 최근들어 조심스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상황은 좋지 못하다. 게다가 게임의 자체개발보다는 일방적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심각하다. 게임전문업체인 동서산업개발의 윤원석사장은 『국내 비디오게임업체의 기술수준은 아직도 일본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수입, 자막을 한글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비디오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체계적인 기술개발과 투자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홍덕기기자>홍덕기기자>
◎국내 가전업계도 「게임기」도전/“「레저-영상」결합한 미래산업을 창출”/삼성·현대·금성등 대규모 투자계획
우리 전자업체들도 삼성전자 현대전자 금성사등 메이저 3사를 중심으로 앞으로 게임기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직은 대부분의 업체가 8비트수준의 가정용 게임기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데다 게임기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부족으로 음지산업의 설움을 겪고 있지만 게임기산업이 멀티미디어산업을 이끄는 선두산업임은 물론 레저및 영상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레저오락분야를 창출하는 미래산업의 디딤돌로 산업연관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지난 89년 세가사의 8비트 게임기인 「마스터 시스템」을 수입,「게임 보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게임기 사업에 참여했던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중 32비트 게임기인 「새턴」을 한글화해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룹차원에서 멀티미디어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설한 멀티미디어사업부내에 AM(ADVANCED MEDIA)팀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마련, 해외 고급 인력을 유치하는등 인원을 대폭 보강했다. 내년 4백억원을 포함, 2000년까지 모두 2천4백억원의 개발비를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후발 전자업체인 현대전자도 게임기 시장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89년 일본의 닌텐도와 상표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게임기 시장에 진출한 이후 91년 8비트 게임기인 「컴보이」를 국내에서 제조·판매했고 92년에는 16비트 「슈퍼컴보이」를 시판했다.
현대전자는 또 일본의 닌텐도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32비트 게임기 「버추얼 보이」와 64비트 게임기 「울트라 64」를 일본과 동시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성사는 미국의 AT&T 일본의 마쓰시타등이 출자해 설립한 3DO사에 올해 6월 1천만달러의 자본투자를 계기로 게임기시장에 비교적 늦게 참여했다. 금성사는 지난 11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32비트 게임기인 3DO 101을 개발해 국내 게임기산업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성사가 개발한 이 게임기는 게임은 물론 TV나 오디오와 연결해 음악용 CD는 물론이고 동화상을 재현해주는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비디오 CD도 재생할 수 있어 영화감상도 가능한 첨단 멀티미디어 제품이다. 금성사는 국내 시판과 함께 미국과 유럽시장진출을 계기로 세계 게임기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김병주기자>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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