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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재 「그곳에는 어처구니가 산다」(문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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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재 「그곳에는 어처구니가 산다」(문학살롱)

입력
199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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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혼돈의 세상 풍자/연관없는 콩트 68편묶은 새 형식의 실험소설 성석제(34)씨의 새 소설 「그곳에는 어처구니가 산다」(민음사간)는 기승전결의 구성이나 줄거리로는 아무 연관도 없는 콩트같은 이야기 68편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수록작 모두가 허구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의미와 주제가 제목 「그곳에는 어처구니가 산다」에 상응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소설로 생각하고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은 풍자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형식적으로는 실험성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모습이나 행동을 조금만 확대하거나 비틀어 상상할 때, 그들은 누구나 이 작품속의 인물이기도 하다.

 「어처구니」의 뜻은 「상상밖으로 큰 인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며 일반적으로 「없다」와 함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수록작 「직업」의 주인공은 동물원 맹수들에 양치질을 시켜주는 일용직 직원이다. 동물원의 정식직원들은 그를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라고 무시하지만,그는 오히려 악어새를 통해 이를 양치질하는 악어를 어이없게 생각한다.

 마크 트웨인,크누트 함순등 따뜻한 인문주의적 문인들이 비밀결사를 만들었다고 상정한 「비밀결사」에서는 비밀결사의 구성원들이 『고통받는 모든 인간들의 웃음에 충성한다』는 강령을 신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씨는 『민중에 대한 애정과 저항의식이 결부되면 풍자와 웃음이 뒤따른다는 것을 비밀결사를 통해 상징했다』고 말했다.

 인물들은 현실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너무 빨리 적응하는 사람, 중간에서 우물쭈물하는 사람,고시를 보고 일부러 이름을 쓰지 않거나 무엇이든 외우거나 적는 사람등 다양하다.

 이 소설은 문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단문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정통 리얼리즘 소설처럼 세계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주제를 제시하는 대신,이 세계는 우연과 혼돈으로 가득차 있으며 쉽게 설명되지도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리붕괴,세금도둑등 워낙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많다보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분별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영준(민음사주간)씨는 『작가의 독창성과 실험정신을 평가할 만하다. 외국작가로는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요사등이 이같은 반리얼리즘 소설의 계보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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