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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의 회개편지/설희관 사회부차장(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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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의 회개편지/설희관 사회부차장(기자의 눈)

입력
199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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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성탄절 아침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에는 교인 뿐 아니라 성탄의 의미를 새겨보려는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교회 옥한흠 담임목사는 설교중 서울구치소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지존파의 옥중서신 한통을 소개했다. 기자는 다음날 희대의 살인집단이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7인의 전도특공대」앞으로 보낸 회개의 편지 여러통을 어렵게 입수했다. 「지옥의 살인마에게서 온 연하장」이었다.

 봉함엽서의 내용을 보는 순간 차디찬 그들의 심장에 피돌기가 시작되고, 사회를 향한 증오와 원한으로 다져졌던 가슴에 회개의 눈물샘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러나 보도여부를 놓고 마음은 두편으로 갈렸다. 『행복한 여러가정을 순식간에 비탄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극악무도한 무리들이 회개했다고 해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는 절대보도할 수 없어』 『아니다, 그들의 뉘우침이 사형수의 일반적인 현상이고 가식일망정 절망과 허탈 분노로 얼룩졌던 국민들에게 객관적으로 알려야 해』

 선고공판에서 조차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독기를 품었던 두목 김기환은 「악마의 대리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편지에서 『처음으로 잘못을 고백합니다』고 썼다.

 가증스럽게 냉소하며 인육까지 먹었다고 큰소리쳤던 김현양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얼마 남지않은 생애, 사랑을 베풀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강문섭은 『죄많은 놈 때문에 고인이 되신 소윤오씨부부와 자녀분을 위해 기도좀 해주세요(소현숙,소진숙)』라고 부탁했다. 

 지존파의 이같은 변화가 가면을 쓴 위장, 거짓된 고백일지라도 회개의 시작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들도 사람의 아들이기에. 주기도문도 못 외우는 기자에게 『지존파는 실제로 사람을 죽였고, 우리는 마음속으로 숱한 죄를 짓고 있다』고 말해준 전도특공대 이재명(52)씨는 오늘도 영치금을 챙겨 서울구치소로 향한다. 지존파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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