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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치채널 상설화 우려/허바드 방북/정부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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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치채널 상설화 우려/허바드 방북/정부시각

입력
199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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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사건 더양보는 곤란” 전달/평화협정제기 단호 대처 주문 토머스 허바드 미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가 28일 판문점을 통해 방북함으로써 미군 헬기조종사의 송환협상이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허바드부차관보는 이날 방북에 앞서 우리측 당국자를 만나 방북활동에 대한 한미간 사전협의를 가졌다. 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루어진 허바드부차관보의 이번 방북이 인도적 목적에만 국한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이에 대한 미측의 다짐을 받았으나 여전히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에 들어간 미국정부관리로는 최고위급인 허바드부차관보의 방북 자체가 협상채널의 격상을 의도한 북한에 「정치·외교적 승리」를 안겨준 측면이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생존조종사인 보비 홀 준위의 송환을 위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미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해를 표시하고 있다. 미군헬기의 북한영공침범이 조종사의 명백한 실수로 일어난 것으로 인정된 만큼 문제해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고 미측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내의 여론향배로 보아 송환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못할 경우 미행정부가 궁지에 몰릴 뿐만 아니라 북미간 핵합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미측이 사실상 특사인 허바드부차관보의 파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기본입장과 함께 성급한 결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으나 결국 이를 양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바드부차관보의 파견은 북미간 핵협상을 주도했던 갈루치 미핵대사와 북한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사이의 채널이 가동돼 성사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함께 생존조종사의 송환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 군부를 무마하기 위해 북한 외교부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거래를 시도했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측은 북한이 요구한 북미간 장성급 접촉에서 송환문제가 매듭지어지기 어렵고 북한이 추가요구를 해올 것이라는 예상을 사전에 미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날 한미간 사전협의에서는 북한이 이번 기회에 생존조종사의 송환에 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더 이상의 양보는 곤란하다는 데에도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예상되는 북한의 정치공세에 미측이 단호하고 적절하게 대응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북한의 평화협정체결 주장에 휘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미측에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군사정전위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상태에서 미국과의 정치적 대화채널을 상설화하려는 의도를 노골화시키고 있다. 미국도 이같은 북한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때문에 평화협정체결등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북한측 제안에는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이번 송환협상이 북미합의의 이행과 연계돼서는 안되며 특히 북미관계개선 속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허바드부차관보의 방북을 기회삼아 연락사무소의 조기개설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면서 조종사송환의 정치적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사실규명 차원에서 미군헬기의 북한내 불시착이 조종사의 단순 우발적인 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측이 객관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북한은 미군조종사의 정탐행위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흘리면서 미측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측은 조종사의 실수를 이미 인정했고 지난 25일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의 서한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시한 만큼 북한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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